페스트북은 백인자 작가의 신간 시집 '5,765일'이 6월 1주차 영풍문고 시 부문 베스트에 올랐다고 24일 밝혔다.
이 책은 평생 이성과 논리의 언어를 다뤄온 수학자가 반려견 단비를 떠나보낸 뒤 기록한 애도 시집이다. 페스트북 편집부는 "이 책은 슬픔의 감정을 수학적 공식으로 계산할 수 없었던 저자의 개인적 기록이다. 이성과 논리 너머에 존재하는 사랑의 본질을 보여준다. 이별과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저자 백인자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응용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세대 총장이다. 작가는 "16년 동안 내 삶의 상수였던 아이가 사라진 충격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었다. 흩어진 슬픔의 조각들을 모아 단비에게 바치는 마지막 좌표를 찍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전했다.
-평생 논리의 세계에 몸담아오셨는데 어떻게 시를 쓰게 되셨나.
▶그 세계에서 단비를 잃은 슬픔은 어떤 수식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거대한 공백이었다. 살기 위해 쏟아낸 절박한 감정들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 시의 형상을 갖췄다. 논리가 멈춘 곳에서 비로소 시가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16년이라는 어림수 대신 '5,765일'을 하나하나 헤아려보신 이유는.
▶제게 숫자는 가장 정직한 언어다. 함께한 시간을 16년이라는 어림수로 덮어 두고 싶지 않았다. 하루씩 헤아려보니 뭉툭한 16년보다 낱개로 펼쳐진 5,765개의 하루가 훨씬 더 거대한 기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존재를 보낸 뒤 선명해진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비워 타인을 채우는 일이다. 제가 발견한 사랑의 가장 정직한 지표는 '미안함'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늘 안타까움이 남는 그 마음이야말로 대상을 얼마나 지독하게 사랑했는지를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덜 아프다고 해서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통증의 형태를 벗어나 더 깊고 고요한 삶의 일부로 모습을 바꾼 것뿐이다. 마음껏 슬퍼하고 충분히 앓으시라. 그 시간을 통과한 뒤 다시 만날 소망을 향해 걸어가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