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655조 투자로 AI 밸류체인 완성…'원스톱 생태계' 키운다

김아영 기자
2026.06.30 06:08

반도체·기판·디스플레이 잇는 AI 공급망 구축
AI 시대 제조전략 전환…전자계열사 동시 투자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 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2026.06.29. suncho21@newsis.com /사진=

삼성전자가 26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로 AI(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그룹 전자 계열사 'AI 밸류체인' 구축에 나선다.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첨단 패키지 기판, 로봇까지 동시 투자에 나서며 AI 시대 제조 경쟁력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메모리에서 공급망 전반으로 이동하는 만큼 이번 투자가 삼성 전자 계열사의 성장축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첨단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총 2655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030조원은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에 투입하고 나머지 625조원은 AI 반도체와 로봇, IT(정보기술) 부품·소재 등을 중심으로 호남·충청·영남권에 투자한다.

메모리 넘어선 공급망 전방위 확장…칩-기판-패널 '원스톱' 생태계 조준

이번 투자의 특징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만 머물지 않고 AI 반도체를 뒷받침하는 그룹 차원의 제조 생태계를 함께 키운다는 점이다. AI 서버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웨이퍼 생산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반도체 기판, 디스플레이 등 전후방 산업이 동시에 경쟁력을 갖춰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넘어 첨단 패키징과 공급망 경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반영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특히 충청권을 AI 반도체 후공정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거점으로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에 56조원을 투입해 최첨단 HBM 패키징 팹(공장)을 구축한다. HBM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고난도 적층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필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산에 67조원을 투자해 폴더블 등 차세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1인치 이하 초소형 고해상도 화면으로, AI 시대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할 AR(증강현실)·VR(가상현실)·MR(혼합현실) 등 몰입형 기술(XR) 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번 투자를 통해 AI 시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고부가 패키지 기판·MLCC 기술 수혈…후방 생태계 '초격차' 완성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의 진화는 삼성전기의 첨단 부품·기판 투자와 맞물려 완성된다. 삼성전기는 AI 반도체의 신호 전달과 전력 효율, 발열 제어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 투자를 대폭 늘리며 후방 지원 사격에 나선다. AI 반도체 경쟁이 메모리에서 패키징과 기판으로 확대되면서 역할이 한층 커진 셈이다.

삼성전기는 먼저 세종에 AI 서버용 최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아울러 부산 공장에서는 AI 서버와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및 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한다.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비롯한 첨단 기판은 데이터 처리량이 많고 소비전력이 극단적으로 높은 AI 시스템에서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호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이번 투자를 계기로 고부가 기판 사업의 성장축이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영남권 'AX·RX' 전략 본격화…제조업 지형 바꾸는 피지컬 AI 로봇

제조 공정과 하드웨어 시스템의 고도화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삼성전자는 구미를 AI 제조 혁신 거점으로 키우며 주력 제조업에 AI와 로봇을 접목하는 'AX(인공지능 전환)'와 'RX(로봇 전환)' 전략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는 구미에 스마트폰 글로벌 제조의 혁신 허브 역할을 할 마더팩토리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먹거리인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 양산라인을 구축해 AI 기반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로봇 수요가 산업현장뿐 아니라 사회 곳곳으로 크게 늘어나는 트렌드를 정조준해 지능형 로봇의 하드웨어와 연산 제어 시스템을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삼성 전자 계열사의 AI 공급망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메모리만 잘 만들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키지 기판, 로봇 등 그룹 전자 계열사가 동시에 경쟁력을 높여야 글로벌 AI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투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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