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부품 나르는 車병원"…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가보니[르포]

수원(경기)=이정우 기자
2026.06.30 16:05

전담 엔지니어부터 로봇 물류까지…전동화·SDV 시대 정비센터의 진화

수원하이테크센터 내부 전경./사진제공=현대차

"좋은 자동차는 공장에서 만들지만, 위대한 브랜드는 서비스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30일 문을 연 경기 수원하이테크센터(이하 센터) 개관식 축사를 통해 "현대차와 제네시스(프리미엄)가 지향하는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서비스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자동차 종합 정비시설은 더 이상 도시의 뒤편에 자리한 기본적 시설이 아니다"라며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미래 자동차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30일 수원하이테크센터에서 운행되는 AMR(자율부품이로봇)이 부품을 운반하고 있다./영상=이정우 기자

센터는 약 5060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됐다. 2023년 3월 착공해 올해 5월 입주를 마쳤고, 약 한 달간 시운전과 서비스 교육까지 끝내고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날 현장의 모습은 정비센터라기보다 자동차 병원처럼 보였다. 단순히 고장 난 차량을 수리하는 공간을 넘어 고객 상담과 사전 진단, 부품 물류, 데이터 분석, 친환경차 안전 정비까지 한 공간에서 연결해주는 거점으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우선 센터 1층 아트리움 라운지는 기존 서비스센터의 대기 공간과는 다른 형태로 설계됐다. 원형 구조를 통해 사람과 모빌리티, 도시의 연결을 표현했고, 자연채광과 조경을 활용해 고객이 머무는 공간의 쾌적함을 높였다. 하루 평균 약 100명의 고객 방문과 피크타임 집중 현상을 고려해 독립 좌석과 휴식 공간도 배치했다.

무인 카리프트에 올려진 자동차./사진=이정우 기자

서비스 프로세스의 가장 큰 변화는 1대1 전담 엔지니어 제도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예약 단계부터 출고까지 한 고객을 책임지고, 사전 부품 청구와 정비 이력 확인을 통해 차량별 맞춤 정비를 지원한다. 상담 이후 차량은 무인 카리프트를 통해 작업장으로 이동하는데 약 10초가 걸린다. 고객 라운지에서도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유효준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도 "센터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 운영 방식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한 뒤 공간의 혁신이 운영 방식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1대1 전담 엔지니어 서비스와 전 과정 실시간 안내, 데이터 기반 진단 역량을 핵심 변화로 꼽았다.

허석재 수원하이테크센터 하이테크서비스팀 서비스엔지니어는 "1명의 엔지니어가 상담부터 정비, 출고 설명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구조"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내 차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끝까지 함께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고, 엔지니어들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모비스 자동창고에서 ACR(자동화된 케이스 처리 모바일 로봇)가 부품을

부품 물류자동화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지하 1층 모비스 자동창고에서는 ACR(자율 케이스 처리 로봇)이 부품 보관 랙 사이를 오가며 필요한 부품을 꺼냈고, 선별된 부품은 컨베이어 시스템을 타고 배송대로 이동했다. 이후 AMR(자율이동로봇)이 이를 넘겨받아 상층 작업장 엔지니어의 작업 공간까지 부품을 배송했다.

현대모비스가 부품 공급과 자동창고를 맡고, 현대글로비스가 물류 운영 시스템을 담당하면서 창고 내 피킹부터 작업장 배송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셈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엔지니어가 부품을 찾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차량 진단과 정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3층 작업장에서는 고난도 정비와 데이터 기반 진단이 이뤄지고 있는데, 수원 관할 80여개 블루핸즈를 지원하는 하이테크지원팀이 고난도 차량 정비와 정비 교육을 수행했다. PC와 리프트, 공구가 일체형으로 설계돼 진단과 정비, 행정 처리를 한 공간에서 진행했다.

곽문보 서비스엔지니어가 데이터/NVH 분석실에서 장비 시연과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특히 차량 고급화로 고객이 체감하는 소음·진동 문제도 더 정밀한 진단 대상이 됐다. 3층 데이터/NVH(소음·진동·불쾌감) 분석실에는 노이즈스코프, 사운드카메라, CAN(차량 내 네트워크 통신 표), PICO(차량 종합 진단 장비) 등 진단 장비가 갖춰졌다. 곽문보 서비스엔지니어는 "국내 필드 클레임 중 약 30%가 소음·진동 문제"라며 "이 가운데 약 70%는 차체나 섀시계에서 발생하는 이음성 BSR(자동차 실내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이음) 소음"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소음 진단 시연도 열렸다. 스티어링휠을 움직일 때마다 차체에서 발생하는 '딱딱' 소리가 났다. 곽 엔지니어는 "경험만으로 수리하면 정상 부품을 교환하는 오정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노이즈스코프 센서를 차량 곳곳에 붙여 소음 발생 지점을 좁혀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측정 그래프에서는 특정 센서의 파형이 가장 먼저, 크게 튀는 방식으로 원인 부위가 드러났다. 이어 사운드카메라 화면에는 소리가 발생하는 지점이 영상 위에 색으로 표시됐다. 차량이 고급화될수록 단순히 '소리가 난다'는 고객 불만을 감각적으로 판단하는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원인을 특정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정비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이동식 침수조와 드릴랜스 등이 마련돼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친환경차 특화 안전 시설도 강화됐다. FCEV(수소연료전지전기차)·LPG(액화석유가스) 작업장에는 강제 환기 시스템, 수소 누출 감지 센서, 방폭 조명 등이 적용됐다.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각 작업층에는 이동식 침수조, 질식소화포, 드릴랜스가 마련됐고 센터 내 모든 리프트는 절연 바닥으로 마감됐다. 배터리 작업을 위해 3개 리프트마다 1개의 전용 배터리 작업장도 마련됐다.

센터는 정비 교육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센터 내 RTC는 신차와 신기술 전파 교육, 전국 블루핸즈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에는 하이브리드 진단 과정 등 정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게 현대차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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