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가 최근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 버스덕트(Busduct)'가 주목받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SCUS는 지난해부터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버스덕트 공급 계약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버스덕트는 그동안 전선이나 변압기, 개폐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제품이지만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핵심 설비로 부상하고 있다. 버스덕트는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배전 시스템이다. 일반 전선이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버스덕트는 금속 외함 내부에 구리 또는 알루미늄 도체를 수납해 대전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 내부의 전력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천~수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가 동시에 가동되며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하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 기준 기가와트(GW)급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 할 정도다. 원자력 발전소 한 개가 생산하는 전기를 통째로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력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 설비인 버스덕트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버스덕트 시장 규모가 2025년 53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서 2032년 96억 달러(약 14조8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버스덕트 시장은 일반 전선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선 시장이 전력회사와 EPC(설계·조달·시공업체), 건설사 중심이라면 버스덕트 시장은 데이터센터 운영사, 반도체 기업, 전기설계 업체 등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장애가 곧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보다 신뢰성과 공급 실적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은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 이튼 등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단순한 제조 역량보다 설계 능력과 시공 경험, 운영 실적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내에서는 가온전선의 모회사인 LS전선이 수십 년간 버스덕트 사업을 영위하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LS전선은 국내 버스덕트 시장 1위를 유지하며 서울 롯데월드타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 등 국내외 주요 랜드마크와 산업시설에 제품을 공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축적된 설계 역량과 시공 경험, 운영 실적이 고객 신뢰를 좌우한다"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공급망에 한 번 진입하면 장기간 거래가 이어지는 구조여서 신규 업체가 단기간에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