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이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원전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SMR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두산에너빌리티와 SK, HD현대 등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미국·일본 3국은 지난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SMR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인도·태평양 국가에 다수의 SMR을 건설하는 것을 지원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한·미·일이 제각기 SMR 사업에 뛰어드는 것보다 하나의 SMR 모델을 개발해 여러 나라에 공동으로 보급하자는 취지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SMR 사업을 확대해온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SMR 사업을 확대해온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총 8068억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공장에 SMR 전용 제작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SMR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미국 전력회사 TVA, 에너지 플랫폼 기업 엔트라원 에너지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와 SMR 제작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엑스에너지와는 16개 모듈에 대한 핵심 소재 예약 계약을 완료했으며 장주기 품목 공급도 협의 중이다. 테라파워와는 주기기인 증기발생기(GV)와 원자로 지지구조물(RSS)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SK도 미국 SMR 시장에 일찌감치 투자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8월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에서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인 '캐머러 1호기'를 건설 중이며 SK는 향후 SMR 상용화 과정에서 사업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SK는 국내에서 2035년 상업화를 목표로 4세대 SMR 건설을 추진하는 한편 향후 아시아 시장 진출과 SMR·LNG(액화천연가스)·ESS(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통합 에너지 사업으로도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도 테라파워와 협력을 확대하며 SMR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HD한국조선해양이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되는 소듐냉각고속로(SFR)용 원자로 용기 제작을 수주했다.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며 핵심 설비 제작·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선 사업과 SMR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는 전력 생산을 위한 해상 기반 발전소인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Floating Nuclear Power Barge)과 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을 개발 중이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국선급(ABS)의 기본인증(AIP)을 획득하는 등 해상 원자력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미일 협력이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공동 수출과 공급망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원전 설계 역량을, 한국이 건설 능력을, 일본이 기자재 생산 능력을 각각 보유한 만큼 3국이 협력할 경우 글로벌 SMR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과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