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어링 휠(dnswjseo)에서 두 손을 완전히 떼자 거대한 차체가 차선 중앙을 따라 움직였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 교통 상황을 살피며 스스로 차선까지 바꿨다. 운전자가 할 일은 정면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캐딜락 '2026 더 뉴 에스컬레이드'에 새롭게 탑재된 핸즈프리 주행 보조 시스템 '슈퍼 크루즈'를 경험한 순간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드랍탑 서여의도점에서 경기 파주시 반구정나루터집까지 왕복 94km 구간을 2026 더 뉴 에스컬레이드 일반형을 타고 주행해봤다. 휠베이스를 늘린 ESV가 아닌 기본 모델이었지만 에스컬레이드 특유의 거대한 차체와 높은 시야만으로도 존재감은 충분했다. 전·후면 수직형 LED(발광다이오드) 램프와 조명식 캐딜락 엠블럼, 24인치 휠은 도로 위에서 단번에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시승의 핵심은 단연 슈퍼 크루즈였다. 지원 구간에 진입해 기능을 활성화하자 차량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 속도에 맞춰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다. 고정밀 도로 정보와 카메라, 레이더, GPS를 함께 활용하는 슈퍼 크루즈는 국내 약 2만3000㎞의 고속도로에서 핸즈프리 주행을 지원한다. 실제 왕복 구간에서도 고속도로 대부분에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은 예상보다 적극적이었다. 앞차를 추월할 필요가 생기면 주변 차량을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옆 차로로 이동했다. 1차로를 달리던 중 뒤 차량이 간격을 좁히자 스스로 2차로로 자리를 비키는 모습도 보였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조작하거나 스티어링 휠을 돌리지 않아도 차량이 교통 흐름에 맞춰 움직여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크게 덜어줬다.
다만 슈퍼 크루즈는 운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는 자율주행 기능은 아니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시선을 계속 확인하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거나 정면을 오래 바라보지 않으면 시트 진동과 경고 메시지가 발생한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업무를 처리할 정도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대신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휴게소에서 산 간식을 운전하면서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누릴 수 있었다. 손은 자유롭게 하되 운전자의 시선과 책임은 도로에 남겨두는 안전 중심의 장치에 가까웠다.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힘도 부족하지 않았다. 6.2ℓ V8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426마력과 최대토크 63.6㎏·m을 발휘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육중한 차체가 망설임 없이 속도를 높였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과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걸러냈다. 24인치 휠을 장착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차체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였다.
실내에서는 대시보드 전면을 가로지르는 55인치 호라이즌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새로 적용된 TMAP 커넥티드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아도 실시간 교통 정보와 경로를 보여줬다. 지도에는 슈퍼 크루즈를 사용할 수 있는 구간과 예상 이용 시간도 표시됐다. "아리아"나 "팅커벨"을 호출하면 누구 오토를 통해 목적지 설정과 음악 재생, 공조장치 조작 등을 음성으로 처리할 수 있어 주행 중 화면을 만질 일도 줄었다.
2026 더 뉴 에스컬레이드 일반형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1억6807만원이다. 여전히 크고 비싼 차지만 슈퍼 크루즈가 더해지면서 에스컬레이드가 제공하는 '여유'의 의미는 한층 분명해졌다. 넓은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넘어 장거리 운전에서 손의 부담까지 덜어준다. 단 운전대에서 손을 놓을 수 있다는 말이 도로에서 눈까지 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