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뚫은 韓 정유업계… 몸값 뛴 윤활기유, 역대급 수출

김도균 기자
2026.07.21 04:00

글로벌 공급감소 속 안정성 부각… 손실보전 확정절차 등은 숙제

윤활기유 수출 가격/그래픽=김다나

이란전쟁 여파로 글로벌 윤활기유 공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급등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고도화 설비를 앞세워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K정유'의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고성능(그룹3) 윤활기유 가격은 톤당 4000달러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란전쟁 발발 이전인 올해 초 톤당 1000달러대 초중반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수개월 만에 3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제품으로 자동차·선박·산업용 윤활유 완제품의 원료가 된다.

윤활기유 가격급등의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감소가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항공유 등 수익성이 높은 경질 석유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중질 제품인 윤활기유 생산은 줄었다. 여기에다 전쟁과정에서 카타르의 펄GTL,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다라 등 중동 주요 생산기지가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부족이 심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원료유 조달과 정제설비 정상화, 제품별 재고확보, 운송망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룹3 윤활기유는 완성차업체의 품질인증까지 거쳐야 해 공급처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 정유사에 기회가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와 에쓰오일(S-OIL)은 글로벌 그룹3 윤활기유 생산의 약 40%를 담당해왔다. 중동발 공급감소 이슈가 발생한 이후에는 한국산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의 윤활기유 수출액은 7억879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3억1533만달러)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란전쟁을 계기로 국내 정유사의 공급 안정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는 평가다. 중동산 원유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고품질 윤활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수출할 수 있는 저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표정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1분기 정유4사의 합산영업이익은 6조원에 육박했지만 2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역래깅 우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34.7%, 24.1%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보전 확정절차도 아직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기유 부문의 선전은 정유사들이 국내 석유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생산능력을 확보해온 결과"라며 "이란전쟁이 촉발한 국내외 불확실성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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