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 3위가 '남기는 장사'는 가장 잘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 3위로 밀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BMW코리아와 테슬라코리아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부가가치가 높은 AMG와 G클래스, 마이바흐 등 고가 제품군에 집중한 결과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연간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부터 테슬라와 BMW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도 2만9776대로 테슬라와 BMW에 이은 3위에 머물렀다.
판매 순위와 달리 국내 판매 상위 3개 수입차 법인의 수익성 비교에서는 벤츠가 우위를 보였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6조1883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2% 늘어난 205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량이 약 3%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이보다 열 배가량 빠르게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3.3%로 상승했다.
한국 법인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중심에는 AMG와 G클래스가 있었다. 지난해 벤츠코리아의 AMG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36% 증가했고, G클래스도 약 25% 늘어난 3289대로 연간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AMG와 G클래스 등 최상위 차량 판매량은 전체 판매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약 1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BMW코리아와 테슬라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0%와 1.5%에 그쳤다. BMW코리아는 매출 6조954억원과 영업이익 611억원, 테슬라코리아는 매출 3조3066억원과 영업이익 496억원을 기록했다. 벤츠의 영업이익은 두 회사 합계인 1107억원보다 943억원 많았다.
벤츠의 수익성 우위는 2024년 BMW를 다시 추월한 뒤 지난해 자체 수익성까지 개선하며 굳어졌다. 2023년에는 BMW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3.5%로 벤츠코리아의 3.0%를 웃돌며 2015년 이후 8년 만에 순위가 뒤집혔다. 그러나 2024년 벤츠가 2.8%로 BMW의 2.3%를 다시 앞섰고, 지난해에는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3.3%까지 끌어올렸다.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수익성 방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라 벤츠코리아의 개선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과 전기차 전환 비용, 관세와 원자재 부담이 겹치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마진은 하락하고 있다. 벤츠 본사의 승용차 부문 조정 매출이익률도 2024년 8.1%에서 지난해 5.0%로 낮아졌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AMG 6개 트림을 새로 투입하며 고성능·고가 차량의 선택지를 넓혔다. 회사 측은 AMG와 G클래스 등 프리미엄 라인업의 판매 호조와 이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은 판매 1위보다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벤츠코리아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마티아스 바이틀 당시 벤츠코리아 대표는 2024년 3월 BMW에 수입차 판매 1위를 내준 뒤에도 "1등이 되는 것은 벤츠코리아의 전략이 아니다"라며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의 전략이 고가 차종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벤츠코리아는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국내 고객 경험 전반을 고급화하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서비스센터인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은 이달 개관 1주년을 맞았다. 고가 차종의 판매 확대와 개인화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량보다 고객 한 명이 창출하는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