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K실트론 품었다..반도체 밸류체인 강화

김지현 기자
2026.07.31 18:20

(종합)

/사진=뉴스1

두산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7개월만에 SK실트론 인수를 확정했다. 웨이퍼부터 전자소재, 테스트로 이어지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해 급증하는 시장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2조3000억원 규모로, 향후 매매대금 조정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SK㈜가 두산을 SK실트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양측은 반년 넘게 인수 금액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왔다. 당초 지난 5월쯤 거래가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협상은 장기화됐다.

그간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기존 반도체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충분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SK실트론을 포함한 5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기업이다.

특히 12인치 웨이퍼 시장에선 글로벌 3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TSMC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향후 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2031년 실트론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번 인수를 통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확보해 주주가치 제고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의 자체사업은 전자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전자BG 비중이 절대적이다. 전자BG는 최근 AI 가속기용 CCL(동박적층판)의 글로벌 빅테크 공급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산 전자BG 부문이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 /사진제공=두산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두산그룹은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스마트 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반도체 및 첨단소재(㈜두산 전자BG·두산테스나)를 3대 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두산은 반도체 테스트를 담당하는 기존 후공정 사업에 더해 웨이퍼 제조를 담당하는 전공정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부문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SK그룹 역시 SK실트론 매각을 두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올인' 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SK실트론 매각이 그룹 전략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AI 사업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한 만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이날 공시를 통해 "매각 대금을 재무건전성 제고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SK㈜도 SK하이닉스 미국 법인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실트론의 경영 성과에 따라 초과 이익을 공유하는 조건도 계약에 포함했다. 2027년부터 2034년까지 연도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목표를 초과하거나 주요 품질 인증, 미국 자회사 자산 처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두산은 추가 대금을 SK에 지급하게 된다.

한편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는 SK㈜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된 이후 별도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해당 지분의 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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