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커피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기온 변화에 예민한 커피나무에게 상승하는 온도와 불규칙해진 강우 패턴은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이 위기에 맞서 과학자들이 내놓은 답은 'F1 하이브리드', 이른바 '미래품종커피'다. 향미가 뛰어난 품종과 생존력이 강한 품종을 교배해 부모의 장점만 물려받게 만든 커피로, 요즘 스페셜티 카페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센트로아메리카노', '밀레니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미래품종에는 치명적인 제약이 있었다. F1 하이브리드 나무에서 열린 체리의 씨앗을 받아 심으면,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다음 세대(F2)에서는 부모의 우수한 형질이 무작위로 흩어져 버린다. 결국 대량 보급을 위해선 연구소에서 F1의 조직을 배양해 클론을 만드는 생명공학 기술이 필요했고, 이는 상당한 자본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 제약을 깬 미래품종이 바로 스타마야(Starmaya)다. 코스타리카의 커피 유전자원 은행 CATIE에서 연구자들은 아라비카 나무들 가운데 스스로 수술 꽃가루를 만들지 못하는 개체 하나를 발견한다. 자가수분으로 번식하는 게 당연한 커피나무에서 이 '웅성불임' 개체는 일종의 결함 있는 돌연변이였다. 연구자들은 이 나무 옆에 녹병 저항성과 품질이 뛰어난 '마르세예사' 품종을 나란히 심었다. 그러자 바람을 타고 건너온 꽃가루가 자연스럽게 수분되면서, 밭에서는 해마다 우수한 F1 씨앗이 대량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조직배양이라는 비싼 기술 없이, 씨앗만으로 번식이 가능한 최초의 F1 하이브리드 스타마야는 이렇게 태어났다. 빌런 같은 돌연변이 나무 한 그루가 커피 산업의 판을 흔들 열쇠가 된 셈이다. 세계적 커피 연구기관인 월드커피리서치(WCR)도 스타마야를 두고 "소규모 농부들에게 엘리트 품종의 문턱을 낮춰준 거대한 과학적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타리카는 이러한 미래품종 연구와 보급의 핵심 거점이다. CIRAD와 CATIE 같은 기관이 유전적 기초를 다지고 코스타리카 국가기관인 ICAFE가 인증을 뒷받침한다. 민간기업의 실행력도 큰 역할을 한다. 직접 방문했던 코스타리카의 스타벅스 연구농장(Hacienda Alsacia)은 신품종 연구와 검증, 보급의 중심지였다. 스타벅스에 커피를 팔지 않는 농가에도 조건 없이 나누어 주는데, 이렇게 기부된 묘목만 전 세계에 1억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공공의 연구와 민간의 네트워크가 만나 미래품종의 확산 속도를 끌어올린 좋은 사례다.
이런 생태계 속에서 스타마야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뛰어난 향미를 증명해내며 많은 선택을 받는 품종이 되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스타마야는 가장 인기 있는 원두 중 하나다. 다양한 열대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입체적인 산미와 입안에 길게 머무르는 달콤한 후미는 단연 매력적이다.
스타마야는 그렇게 '결함'이라 불리던 개체에서 출발해, 커피가 기후위기를 건너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커피의 다음 답 역시, 결함이라고 무심코 지나쳤던 어딘가를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커피 일공일일 (1011) 김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