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목표'에 어긋난 발언도 12%…기후특위 17개월 성적표

권다희 기자
2026.08.12 00:02

기후미디어허브, 기후특위 회의록 위원 발언 전수 분석
정책 정합성 최고점은 서왕진 의원
1.5℃ 목표와 정합성 낮은 위원들 발언도 12.3%
기후특위 17개월간 법안 통과 0건

제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기후특위)' 소속 위원들의 기후위기 대응 이해도와 의정 활동을 전수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위원들의 정책 발언은 파리협정의 1.5℃ 목표와 정합성이 낮았고, 회의 참여도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기후미디어허브는 기후특위 활동 기간 위원들의 기후 관련 발언 736건을 분석해 파리협정 1.5℃ 목표와의 정합성을 평가한 '질적 데이터'와 회의 출석률·발언량·법안 발의 건수를 계량화한 '양적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5℃ 적극 지지' 9.1%…기후목표 역행 발언은 12.3%

질적 데이터 분석인 정책 정합성 평가에서 기후특위 위원 전체 평균 점수는 0.42점(-2~+2점 척도)을 기록했다. 중립을 의미하는 0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기후미디어허브가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의 방법론을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맞게 적용하고, 인플루언스맵의 최종 검토와 검증을 거친 결과다.

전체 발언 가운데 'IPCC가 제시한 1.5℃ 경로 목표 달성'에 가장 부합해 +2점을 받은 발언은 9.1%(67건)에 불과했다. 반면 원론적·중립적 입장을 취한 발언은 41.4%(305건), 기후 목표에 역행하거나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발언은 12.3%(90건)로 집계됐다.

인플루언스맵의 정책 정합성 평가 방법론은 기업의 기후 관련 정책 관여 활동이 파리협정 1.5℃ 목표 및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권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기후미디어허브는 이 방법론을 기후특위 위원들에게 적용했다.

발언 성격에 따라 +2점(명확한 적극 지지)부터 0점(중립·원론적), -2점(목표 역행 및 규제 완화 요구)까지 5단계로 점수를 산정했다. 또 언론 보도를 통한 발언보다 실제 입법 논의가 이뤄지는 회의록 발언이 정책 형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 회의록 발언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고 기후미디어허브는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26.08.10.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정책 정합성 최고 서왕진·최저 이헌승

위원별로 보면, 정책 정합성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위원은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1.42점)이었다. 이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1.00점)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0.95점)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최하위 점수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0.51점)이 기록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0.43점)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0.43점)이 뒤를 이었다.

일부 위원들의 발언은 낮은 정책 정합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8일 기후특위 전체회의에서 이헌승 의원은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50%로 늘리면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5조원 증가한다"며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라고 말했다. 기후미디어허브는 "이는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유상할당 비중 확대에 반대하는 발언"이라 평가했다.

발언량이 가장 많았던 김소희 의원(162건)은 지난 2월 11일 대정부질문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경제와 산업을 고려해서 2040 탈석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발의 법안 통과 0건

정량적 의정 활동 데이터 분석*은 기후특위의 실질적 입법 성과가 저조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기후특위는 17개월 동안 총 22회, 월평균 1.3회의 회의를 열었다. 일반 상임위원회의 평균 회의 개최 횟수인 55.6회의 약 40% 수준이다. 위원들이 발의한 기후·에너지 관련 법안 130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또 출석률이 100%인 의원은 평가 대상 20명 가운데 박지혜·위성곤 의원 등 2명뿐이었다. 출석률이 70% 미만인 의원도 차지호(66.7%)·이헌승(65.0%)·서범수(60.0%) 의원 등 3명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법안 발의 실적의 63%는 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상위 6명에게 편중됐다. 회의 한 차례당 평균 3~4명의 의원은 아무런 발언 없이 '출석 도장'만 찍고 퇴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미디어허브는 "분석 결과 대다수 의원이 1.5℃ 목표 달성을 표면적으로는 지지하지만 구체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법안에 대한 의지는 부족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국회 내 기후 논의가 소극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세진 인플루언스맵 한국 팀장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한국의 기후정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IPCC에서 제시한 1.5℃ 경로와 일치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번 결과는 1.5℃ 경로에 비춰볼 때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러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그린캠퍼스 홍보대사 대학생들이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오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지역 대학생 430명은 ‘그린캠퍼스 실천 낭독문’을 발표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1.5℃를 노란우산으로 표현했다.
헌재 결정 후속 개정안 "IPCC 권고 현저히 못 미치는 감축목표"

오는 31일까지 활동하는 기후특위는 이달 안에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심사할 예정이다. 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규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정량적인 감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장기간의 감축 경로를 비워둔 채 2050년 탄소중립만 제시하면 미래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떠넘길 수 있어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기후특위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는 헌재가 요구한 개정 시한을 약 5개월 넘긴 지난 7월 22일, 2031년 이후의 감축 경로를 보완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2018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의 감축 범위를 정했다.

개정안과 관련, 기후·환경단체들은 감축 범위의 하한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배출량을 줄이는 선형 감축경로에 해당해 IPCC의 1.5℃ 경로가 요구하는 조기 감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왔다.

최창민 플랜 1.5 정책 활동가는 "헌재는 감축목표를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정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IPCC 권고에 현저히 못 미치는 감축목표를 담게 됐다"며 "이번 (기후미디어허브의) 분석 결과는 그 근본적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에서는 IPCC 권고에 부합하는 조기 감축경로가 명시된 합헌적인 탄소중립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했다.

*기후미디어허브는 출석률·발언량·법안 발의 등 의원 간 비교가 필요한 양적 분석의 경우, 재임 기간이 5개월 이하인 위원 6명을 제외한 20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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