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이하 수소차)가 국내 누적 판매량 5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기아가 2029년 '카니발' 수소차 양산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내려면 보조금 체계 개선, 충전 인프라 구축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9월까지 국내에서 총 5만262대의 수소차를 판매했다. 세부적으로 승용차(넥쏘)가 4만6507대, 상용차(일렉시티, 유니버스, 엑시언트)가 3755대 각각 판매됐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 연구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 ix FCEV'를 선보였다. 2018년 '넥쏘'를 출시하며 개인 소비자 중심의 승용 부문에서 기틀을 마련했고, 2020년 대형 상용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하며 수소 모빌리티 전 영역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수소차 판매의 약 70%를 차지하며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기아 노사는 최근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2027~2029년 주요 신차 생산 일정과 국내 공장별 생산 계획에 합의했는데, 여기에 카니발 수소차 개발이 포함됐다. 기아는 2029년 경기 광명1공장에서 생산하는 카니발 후속 모델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대로 출시되면 기아가 194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양산하는 수소차가 된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사업은 글로벌 시장 선점, 나아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례로 넥쏘의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90% 이상이며 60여개 협력사와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한국수소연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수소사업체 종사자는 약 3만7000명, 관련 기업은 약 3000개로 수소 산업의 고용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 경쟁력을 계속 높여가야 하지만 정책 지원, 인프라 보급의 한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국비와 지방비 간 매칭 불균형이 지적된다. 수소차 보조금은 중앙정부가 국비를 확보해도 지자체가 지방비를 충분히 편성하지 않으면 차량 보급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 지방비 매칭률이 낮으면 국비도 제때 쓰지 못해 국비 집행률이 함께 떨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수소 승용차 국비 편성 물량 6000대 중 9월 말 기준 지방비 매칭 물량은 5093대(84.9%)다. 수소버스 등 상용차는 국비 물량 1800대 편성 대비 지방비 확보 물량이 약 1270대(70.6%)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낮아진 집행률이 다음 해 예산 감액으로 연결돼 시장 보급 여력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집행률 부진 등을 이유로 수소차 보조금 예산을 올해 5762억원에서 내년 4457억원으로 23% 삭감했다.
더딘 인프라 구축도 수소 모빌리티 확산에 발목을 잡는다. 앞서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310개의 수소충전소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26년 현재 설치된 것은 250여개에 불과하다. 부지·사업성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구축 속도가 당초 계획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생태계 성장이 국내 강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편성된 예산이 현장 제약 없이 집행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