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와 음성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과 디지털 콘텐츠까지 복제가 쉬워지면서 제조·유통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제품 이력 관리와 정품 인증 기술이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참여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중앙집중형 관리 방식과 차이가 있다. 실물연계자산(RWA) 및 컬렉터블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PUNKVISM(펑크비즘) 역시 블록체인 기반 인증 기술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법인 ㈜펑크비즘홀딩스를 두고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황현기 대표를 만나 정품 인증 시장의 변화와 향후 사업 방향을 들어봤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정품 인증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이나 콘텐츠를 복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의 외형이나 품질만으로 진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기록을 관리하는 기술적 수단 중 하나이다.
-기존 QR코드나 홀로그램 인증 방식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QR코드와 홀로그램도 정품 인증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다만 인증 정보를 어디에 저장하고, 누가 관리하며, 변경 이력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에 따라 시스템의 신뢰성이 달라질 수 있다. 블록체인은 여러 참여자가 기록을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블록체인에 기록했다고 해서 제품의 진품 여부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초 등록 단계의 검증과 실물 제품을 디지털 기록에 연결하는 기술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해외에서도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나.
▶대표적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Aura Blockchain Consortium)이 있다. LVMH와 프라다, 까르띠에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제품의 디지털 인증과 이력 관리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유럽연합(EU)에서도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관련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제품의 원재료와 생산, 유통,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사례는 제품의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산업적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펑크비즘은 해당 기술을 어떤 분야에 적용하고 있나.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 중 하나가 컬렉터블 카드이다. 레어온(RAREON) 카드 사업에 제품별 시리얼 번호와 카메라 기반 인증 방식, 블록체인 기록을 연계하는 구조를 적용하려고 한다.
컬렉터블 카드는 발행 수량과 희소성, 보존 상태, 소유 이력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시장이다. 따라서 제품 정보와 거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관련 상품을 비롯해 스포츠 유니폼, 사인 상품, 한정판 굿즈 등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추진해 온 RWA 사업과 정품 인증은 어떻게 연결되나.
▶RWA는 부동산이나 실물 상품 등 현실의 자산과 디지털 기록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는 대상 자산의 실재 여부와 권리관계, 관리 주체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정품 인증 역시 실물에 관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RWA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금 분리와 담보 신탁 등 거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를 연구하고 관련 특허 출원도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별 제품 단위의 인증과 이력 관리 분야까지 기술 활용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다만 정품 인증과 자산의 법적 소유권 증명은 서로 다른 문제인 만큼, 실제 서비스에서는 각각의 요건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정품 인증 시장의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제품과 디지털 기록이 정확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기록의 변경을 어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면 그 정보 자체의 진실성까지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제품 발행 단계의 검증, 인증 수단의 보안성, 소유권 이전 시 확인 절차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와 시스템 운영 비용, 기존 유통망과의 연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은.
▶우선 컬렉터블 카드 분야에서 인증과 이력 관리 구조를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 실제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기술적·사업적 과제를 바탕으로 다른 실물 상품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려고 한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과 콘텐츠의 출처를 확인하려는 수요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펑크비즘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실물 상품과 디지털 기록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