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ChatGPT와 저작권'으로 시작한 연재가 2026년 8월 'AI와 인류의 미래'로 마침표를 찍었다. 3년 4개월 동안 쌓인 42편의 칼럼에는 법률가의 지식과 경험, 기술이 바꾸는 세상을 바라보는 고민이 담겼다. 의뢰인과 상대방, 판사를 향하던 글이 대중에게 가닿는 동안 필자 역시 변했다.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은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여유로 바뀌었다.
국내외 개발금융과 기업 인수합병 자문부터 금융위기 이후의 분쟁, 중재와 공공기관 자문까지. 다양한 현장을 거친 이권호 변호사에게 법은 여전히 "정말 어렵고, 아직도 모르겠다"는 탐구의 대상이다. 연재를 마친 그를 만나 글쓰기를 이어온 동력과 법률가로서 쌓아온 경험, 앞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약 3년 4개월 동안 42편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꾸준히 글을 쓰게 한 동력과 마치는 소감이 궁금하다.
▶지인이 해준 말이 계기가 됐다. '언제까지 의뢰인, 상대방, 판사가 보는 글만 쓸거냐' 였다. 문득 'Publish or perish'라는 격언이 떠올라 강제로 시간을 내서 글을 남겨보기로 했다. 의뢰인에게서 받는 질문들이나 평소 생각해왔던 것들이 글감이 됐다. 대중을 상대로 한 글을 써보는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와 동 대학원, 영국 University of Law에서 오래 법학 공부를 해왔고 논문들을 발표했다. 실무가인 변호사로서 학문으로서 법학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
▶처음 법학개론과 민법총칙 수업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상식을 어렵게 풀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法 이라는 한자가 물(氵)과 간다(去)로 구성돼 있다. 물이 흐르듯 순리대로 풀어내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법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정말 어렵다', '아직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문제가 크게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새 법학 교육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민법, 형법, 헌법과 같은 기본법에 대한 로스쿨 교육이 부실하고, 변호사시험 대비 학원이 돼 버린 듯 싶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좋았던 점은 실무에서 이론으로 접근하는 귀납법적 방법론이었다. 우리나라 로스쿨 현실상 깊이 있는 법학 이론 교육이 어렵다면, 실무를 토대로 법학이론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도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 국내 해외 부동산 개발 금융, PF, 자산유동화, 파생상품 거래, 기업인수합병 자문을 해왔다. 이러한 자문업무를 하면서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는지.
▶변호사가 되고 몇 해 지나 한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해외로 나가던 시기를 만났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신도시 개발 금융, 도이치뱅크가 주선한 인도의 부동산 개발 펀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몽골 울란바토르, 캐나다 캘거리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금융 구조를 만드는 일을 했다. 여러 나라의 법과 세무와 외환 규제가 얽힌 것을 구조화하여 푸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왔다. 많은 프로젝트가 멈추는 것을 보면서, 거래 구조는 좋은 날이 아니라 나쁜 날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여러 해 동안 중재사건을 진행하고 판정문을 쓰고 있는데, 변호사로 업무를 하는 것과 중재인으로 역할을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변호사는 한쪽을 위해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중재인은 두 개의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하나의 답을 써야 하는 사람이다. 같은 사건도 앉는 자리가 바뀌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변호사일 때는 보이지 않던 상대방 주장의 강한 부분이 중재인 자리에서는 가장 먼저 보인다. 판정문을 작성하다 보면, 어떻게 서면을 작성해야 판단하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법무부 창조경제혁신센터 자문위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심사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과 같이 공공기관 자문을 해왔는데, 그 중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 있는지.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법령에 대한 해석이 갈릴 때 어느 쪽이 맞는지를 심의하는 자리이다. 조문 한 문장, 아니 한 단어에 대한 유권해석이 전국의 행정 실무를 바꾸기 때문에 심의는 늘 조심스럽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표준계약서 제정, 제작사들의 분쟁, 해외 진출을 오래 자문해 왔다. 창작자와 제작사, 제작사와 플랫폼 사이의 갑을 관계가 20년 동안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가까이서 본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영세한 콘텐츠 회사들이 K-culture를 타고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은 보람 있었다. 법무부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창업자들을 자문할 때는 질문의 방향이 달랐다. 기업이 '해도 되느냐'를 묻는다면 창업자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를 묻는다. 안 된다는 답은 쉽고 되게 하는 답은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
-연재는 이제 끝났는데, 계속 글을 남기려는 계획이 있나.
▶변호사로서 법에 대한 글들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철학이나 명상, 취미로 하는 투자에 관한 생각을 변호사가 아닌 한 사람의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3년 4개월 동안 기고를 허락해주신 머니투데이에 감사드리고, 그동안 읽어 주신 독자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