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초고압 케이블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에서 발생한 '블루쓰나미'로 국내 전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상·하원을 석권한 민주당이 관세 부과를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8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르면 이달 중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대상 확대 여부를 발표할 전망이다. BIS는 절연 전기도체 케이블 등 14개 품목을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상품 관세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공개하고, 지난 8월 27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12.5%의 관세를 적용받는 한국산 케이블이 232조 대상에 포함되면 관세율은 25%로 높아질 수 있다.
국내 주요 전선 기업은 관세 인상 영향권에 있다. LS전선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버지니아주에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지 양산에 앞서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전선도 초고압 케이블 등 주력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여서 최종 적용 품목과 시행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사는 지난 8월 BIS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추가 관세가 미국의 전력 인프라 확충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기술 요건이 까다로운 초고압 케이블은 공급처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LS전선은 "관세율과 시행 시기를 단계적으로 적용해달라"고 요청했고, 대한전선은 고압·초고압 케이블을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이 미국 중간선거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한 '블루웨이브'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양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청문회와 입법을 통해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압박할 수 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대통령에게 수입 제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어 선거 결과가 곧바로 관세 유예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관세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정치적 변수가 남아 있다"며 "현재로서는 관세 부과 여부와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선업계는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진영이 자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잇달아 요구 중이다. 또 중간선거와 함께 미국 10개 주에서 주민투표가 진행됐는데, 데이터센터 관련 안건 41건 중 40건에서 지역 내 데이터센터 신설을 제한하는 조치에 찬성하거나 개발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전력망 연결 일정이 밀리면 관련 케이블 발주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증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가 맞물리며 미국 내 전선 공급이 빠듯해졌고, 특히 공급업체가 제한적인 초고압 케이블은 관세 부담 일부를 납품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착공이나 전력망 연결 일정 자체가 지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초고압 케이블 공급업체가 제한적이어서 수요가 늘면 고객사도 추가 비용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 조건에 따라 관세 부담 일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