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신용평가 신용이슈 점검 세미나는 전에 없는 열기로 가득했다. 회의장을 투자자, 애널리스트, 기업 관계자 등이 가득 채웠다. 이날 분석 기업이 이랜드그룹이었기 때문이다.
킴스클럽 매각,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 등 이랜드그룹 일거수일투족이 시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랜드그룹은 전체 매출이 12조원에 달하지만 대다수 계열사가 비상장사이고 해외 법인이 많아 실체 파악이 어려웠다. 총체적인 리스크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한신평은 이랜드 재무 리스크가 킴스클럽과 뉴코아 강남점 매각만으로 해소될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1조4000억원의 매각가를 받더라도 수익률 악화로 인한 재무부담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랜드리테일 IPO까지 함께 이뤄질 경우에만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와 관련, 이랜드그룹은 2014년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시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약정했고,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약정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몇 차례 연기한 전력이 있어 상장이 실제로 이뤄질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질문이 아니라 "한 마디만 하겠다"는 투자자들의 소견 발언이 이어졌다. "이랜드 사업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중국에서 이랜드만큼의 성과를 보인 기업도 드물다, 그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더라도 나중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세미나장에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투자자들의 간곡한 바람이었다.
실제로 한신평이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못한 이랜드만의 '미래 가치'도 있다. 박성경 부회장이 2020년 25조 매출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진 중국 아웃렛 유통 사업도 그중 하나다. 2~3년 뒤에나 현실화될 수익이라 현 시점에서 신용평가 지표에 반영될 수 없지만 시장에 안착하고 있고 신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랜드는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이대 앞 옷가게'에서 출발한 조그만 의류 기업 수준을 벗어 난 지 오래다. 시장 불안을 씻어 내고 그룹 역량에 걸맞는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한 이랜드 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투명한 사업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