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현 회장, 미국행 포기…경영복귀 시동건다

송지유 기자
2016.11.30 04:30

'최순실 게이트' 연루 CJ그룹 경영전략 전면 수정…이 회장 출국시점 놓쳐, 공식 복귀는 내년 3월로 잠정 결정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뉴시스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올 연말 유전병 치료와 사업구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건강을 관리하며 경영 현안을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8월 이 회장 특별사면 직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그룹이 또다시 비상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들은 최근 이 회장의 경영 복귀 방식과 시점 등을 논의했다. 이 회장의 비자 발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경영 복귀에 앞서 2~3개월간 미국에 체류하려던 계획을 접은 것이 핵심이다. 공식 경영 복귀 시점은 내년 3월로 잠정 결정했다.

2013년 7월 구속된 후 젓가락질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가 악화됐던 이 회장은 최근 도움을 받아 짧은 거리를 직접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 지난 19일에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제사에 4년 만에 참석해 장손으로서 제주 역할도 했다.

이 회장이 방미 계획을 돌연 포기한 것은 'K-컬처밸리', '케이콘(KCON)' 등 CJ그룹의 주요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 있다는 의혹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출국 시점을 놓친데다 최순실 게이트로 CJ그룹 경영이 비상 상황인 만큼 미국행을 강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 입장에선 본인의 사면을 위해 CJ그룹이 지원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을 대신해 CJ그룹을 이끌어온 손경식 회장이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데다 지난 4월 박 대통령 독대 당시 조카인 이 회장의 건강문제를 거론하며 선처를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대기업이 대통령을 만나 민원을 요청하고 그 대가성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결론 날 경우 뇌물공여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내년 공식 경영 복귀 전까지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으며 서면·대면 보고를 통해 그룹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 검찰 조사와 청문회 등 결과에 따라 복귀 시기는 1~2개월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수도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경영 복귀 선언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경영 메시지 전달, 등기이사 등재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평소 편지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경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지난 8월 사면 직후 사내 게시판에 'CJ인(人)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회장은 "지난 3년 육체적,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CJ인 여러분이 있어 버텼다"며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 몸을 추스리는데 전념하되 빠른 시일 안에 CJ를 위해 다시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속 직전인 2013년 6월에는 '직원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사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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