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개봉해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은 2가지 명장면을 남겼다. 하나는 주인공 '제임스 딘'이 멋지게 담배를 피는 모습,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경주다. 제임스 딘과 사랑의 라이벌 관계인 '버즈'는 여주인공을 놓고 내기를 한다.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둘의 치기 어린 대결은 결국 버즈의 사망으로 끝난다.
1950년대 미국 갱들의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담력을 겨루는 방법으로 생겨났다는 '치킨게임'. 요즘은 국제정치학적 용어로 더 많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중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략이 부딪히는 가운데 나타난 상황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중국 제품 불매 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수입맥주 시장 1위인 중국 '칭다오 맥주'가 주 타깃이라고 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칭다오 맥주는 최근 양꼬치 열풍 속 '치맥(치킨+맥주)'처럼 하나의 술 문화로 정착돼 올들어 하이네켄을 제치고 수입맥주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한다면 감정싸움이 될 뿐이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상호보완적으로 얽혀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444만44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1위였다.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중국인(807만명)인 것 못지않게 한국도 중국을 많이 찾는다.
뿐만 아니다. 한국에게 중국은 1위 수출국가다. 2016년 중국 수입액 1조5228억달러 중 가장 많은 1587억달러(10.4%) 규모가 한국에서 수입됐다. 중국 역시 한국이 4위 수출국(비중 4.3%)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양국의 상호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 일부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이로 인한 감정소모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제임스 딘과 버즈가 벌였던 무모한 자존심 대결, 그 게임의 승자가 결국 아무도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