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80억개, 1인당 55개씩"…러시아인 홀린 'K소울푸드' 정체

"누적 80억개, 1인당 55개씩"…러시아인 홀린 'K소울푸드' 정체

차현아 기자
2026.06.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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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맞는 히트 K-푸드] 출시 40주년 팔도 '도시락'…러시아서 국민라면 등극

[편집자주] 한류 바람을 타고 K푸드가 세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K푸드의 세계화는 한국에서 히트한 먹거리가 다른 나라에서도 먹힌다는 점을 증명했다. 올해로 짧게는 열살(10주년), 길게는 백살(100주년)을 맞는 'K푸드'의 히트상품을 찾아 소개한다.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하는 팔도도시락/사진제공=팔도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하는 팔도도시락/사진제공=팔도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은 팔도의 사각 용기면 '도시락'이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에서만 누적 판매량 80억 개를 돌파했다. 국내 누적 판매량인 8억 개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도시락은 현지에서 라면이라는 식품 자체를 '도시락'이라 부를 정도로 러시아 내 독보적인 시장 내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는 평가다.

도시락은 1986년 국내 최초로 별도의 뚜껑이 있는 사각 용기를 적용해 출시됐다. 1980년대 국민소득 증대와 전기온수기 보급으로 용기면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 사발과 컵 모양 위주였던 용기면 시장에서 바닥이 넓적한 사각 용기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은 도시락은 1990년대 초 뜻밖의 계기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시작은 부산항의 보따리상이었다. 부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상들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락을 대량으로 사가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 선원들이 평소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모양이 유사했던 점, 각진 용기 덕분에 배 안에서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한 얼큰한 국물 등에 인기를 얻어 블라디보스토크 전역으로 수요가 확산됐다.

팔도는 1997년 러시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 진출 첫해 판매량이 7배 급증했으나 이듬해인 1998년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 정부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자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다.

당시 투자 초기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덕분에 경쟁사들이 철수한 시베리아와 우랄 지역까지 마케팅을 과감하게 확대하며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과 2000년대 들어 연간 판매량이 2억개를 넘어섰고,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라멘스코예와 라잔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팔도 '도시락' 40주년 성과/그래픽=김지영
팔도 '도시락' 40주년 성과/그래픽=김지영

도시락의 인기엔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팔도는 현지인들이 기차 안에서 라면을 많이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모든 제품에 포크를 넣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객들 사이에서 도시락이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다. 또 소고기 위주의 국내 제품과 달리 닭고기, 돼지 고기,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을 출시해 현지 입맛을 사로잡았다.

팔도는 러시아인들의 유별난 '마요네즈 사랑'에 주목했다. 추운 날씨로 고열량 음식을 선호하는 러시아인들은 도시락 국물에 마요네즈를 풀어 치즈처럼 녹여 먹곤 했다. 팔도는 이를 반영해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도시락은 2014년 러시아 국가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을 라면업계 최초로 수상했다. 2021년에는 러시아 특허청으로부터 한국 기업 최초로 '저명상표' 권리를 인정받았다. 저명상표 권리는 아디다스, 샤넬, 펩시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들에만 인정해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팔도 도시락은 수년 째 러시아 용기면 시장 내 점유율 60%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팔도 러시아 법인은 용기면의 성공을 넘어 즉석 봉지면 타입인 '퀴스티'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향후 음료와 스낵 등 제품군을 출시해 러시아 내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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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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