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면세품 미인도 사태, 뒷짐만 지는 정부

조성훈 기자
2018.11.07 16:03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작년 미인도 물량만 42만건인데 올해는 50만건은 족히 넘을 겁니다. 미인도로 날아가는 수익으로 공항임대료를 내고도 남을 겁니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입국장 면세점이나 면세한도 확대 등 거창한 면세점 시스템 개편보다 당장 미인도로 인한 매출손실을 막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에만 면세품 미인도가 42만건을 넘었고 올해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이미 45만건을 넘어섰다. 추석연휴와 크리스마스 시즌 여행객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미인도가 사상 최대인 60만건에 달할 것으로 관측도 나온다.

미인도는 단순 변심에 따른 것도 있지만 대개는 공항 인도장이 협소해서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고 인도시간이 1시간 가량으로 길게 늘어진다. 내국인 여행객에다 한국을 찾는 따이공(보따리상)까지 늘어 미인도가 급증했다. 따이공은 수십에서 수백만원어치 구매품 꾸러미를 여러 면세점을 돌며 구입하다보니 비행기 출발시간에 임박해서까지 물건을 찾지 못하고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면세점 이용객의 평균구매액이 얼마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수십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꾸러미당 평균 구매액을 2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60만건이 미인도될 경우 1200억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단순히 면세점의 매출손실을 넘어 국내 제조업체들의 수출기회가 날아가는 것과 같다. 게다가 미인도품을 다시 회수하고 진열대에 올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화장품·립스틱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비지땀을 흘린 판매직원들의 노고도 허사가 된다.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협회는 미인도사태 해소를 위한 인도장 확충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업시설이니 공공시설이니 하며 말싸움만 1년째다. 협회가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임대료 갑질'로 공정위에 신고했는데 이때문에 타협안이 도출되기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면세점들과 면세품 제조사들로서는 속이 탈 노릇이다.

임대료 장사를 해야하는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돈 안되는 인도장 확충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행보다. 면세행정 주무부처인 관세청은 인도장 대란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뒷짐만 지고 있다. 민간업체들의 협의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초 면세점 업계와 야심차게 추진했던 '통합인도장 개설 테스크포스'도 개점휴업 상태다.

최근 관세행정혁신 테스크포스(TF)는 "인도장 혼잡 완화를 위해 면세품 수령절차를 간소화하고 인도채널을 다양화할 것"을 관세청에 권고했다. 관세청의 무관심을 애둘러 지적한 것이다. "특허심사 위주였던 면세행정의 무게중심을 면세시장 질서확립으로 옮기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이라도 TF 권고대로 정부차원에서 인도장 확대나 개선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 내수침체로 제조, 유통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여행객들도 불편을 호소하는데 정부는 아쉬울 게 없는 모양이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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