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현재 대한민국 대형마트들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긴급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다른 대형마트의 관계자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이날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은 내부 임직원에게 사전 공지되지 않았고, 새벽에 온라인으로 신청할 만큼 긴급한 결정이었다. 거기에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홈플런'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회생 절차가 강행된 만큼 업계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도 유지된다. 이번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사업성과 경쟁력 등 홈플러스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신속한 개시를 통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정이 내려졌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에도 업계는 홈플러스에 큰 위기가 닥쳤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사업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만큼 유통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공습도 거세면서 국내 유통업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고개 들고 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3월 11일까지 '홈플런' 행사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는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기업 회생을 미루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홈플러스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면서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인 만큼 다른 업체에 비해 더 많은 유통사, 제조사 등 중소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상황이 여러 제조사들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 괜찮다는 식'의 선제적인 대응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외부적으로 보았을 때는 부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실적에다가 부채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정부에 도움을 청한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은 국내 대형마트의 위기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10년째 이어진 의무휴업일 등 규제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업계 성장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SSM(기업형슈퍼마켓)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했고 이어 편의점(4.3%), 백화점(1.5%)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0.8% 감소하면서 역성장했다.
거기에 더불어 지난해 말 통상임금 지급 판결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대형마트업계 수익성도 악화했다. 이마트는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도 2023 회계연도에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25.5% 감소한 65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홈플러스 영업은 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채무불이행한 적이 없고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어 회생절차 개시 명령이 바로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회생절차가 개시됨으로써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된다. 협력 업체와의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되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회생 결정으로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현금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