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때린 공정위, TRS 거래 대기업들 비상

정진우 기자
2025.07.16 15:17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시정명령·과징금 65억 부과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씨제이' 소속 계열회사들의 부당지원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CJ 소속 CJ 및 CJ CGV가 각각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하여 계열회사인 CJ건설 및 시뮬라인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TRS)를 통해 CJ그룹이 계열사들을 부당 지원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한 다른 대기업들도 비상이 비상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주사인 CJ와 CJ CGV(이하 CGV)가 각각 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계열사 CJ건설(현 CJ대한통운 건설 부문)과 시뮬라인(현 CJ포디플렉스·이하 4DX)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하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잠정 과징금 65억4100만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TRS는 2000년대 중반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2010년대 규제당국 감시 하에 업계에서 활발히 통용되던 적법한 상품이다. 공정위도 그동안 TRS 거래를 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은 규제대상인 '채무보증'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은 TRS 거래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TRS를 통해 자금조달을 해왔다.

공정위는 CJ그룹과 CGV가 2015년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보강·지급보증 목적으로 일괄거래(패키지 딜) 방식의 TRS 계약을 체결한게 CJ건설과 시뮬라인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봤다. 이들 기업은 당시 투자자(금융회사)와 500억원(CJ건설) 및 150억원(시뮬라인)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발행·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지원주체와 투자자는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를 대상으로 TRS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CJ그룹은 해당 자회사들이 당시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정위가 지적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공정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단 입장이다. 실제로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들은 TRS 거래가 없었더라도 자금 확보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CJ그룹은 이런 이유로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공정위가 '공정거래 저해성'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 주장처럼 조달 자금으로 시장 지위를 유지·강화했단 건 업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은 판단이란 설명이다. 시뮬라인은 CGV가 특허를 가진 4DX에 전속 납품한 구조라 경쟁 시장이 아니고, CJ건설(시장점유율 0.5% 이하) 역시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씨제이' 소속 계열회사들의 부당지원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CJ 소속 CJ 및 CJ CGV가 각각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하여 계열회사인 CJ건설 및 시뮬라인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무엇보다 이 계열사들은 모자회사 관계로 총수 일가와 관련된 특수관계인 거래가 아니었다. 계열사의 재무 관리 및 자본 확충은 지주사의 의무란 얘기다. 공정거래법도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자본확충은 부당지원이 아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가 모자관계에 대한 제재를 가한 선례도 없다. 전환권 가치 역시 다수 기관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됐다.

주목할 대목은 TRS가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활용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승인한 적법한 자본조달 목적의 금융상품이었단 점이다. 공정위 역시 2018년에도 조사한 바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단체가 문제 삼은 CJ그룹만 뒤늦게 제재한 건 부당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TRS 거래 규모는 지난해 5월 기준 2조8185억원 규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공정위가 문제삼은 CJ그룹의 사례와 비슷한 TRS 거래(2011~2022년)를 한 기업은 한화그룹과 KT, 이랜드월드, 동부제철, 신세계, 두산중공업, 코오롱, 효성, 대한항공, LS, 호텔롯데 등 10곳이 넘는다.

이들 기업은 관계사의 전환사채나 상환전환우선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각각 300억~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공정위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들 모두 위법 가능성이 있다. 재계에선 공정위가 CJ그룹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면 다른 기업들의 TRS 거래에 대한 전수 조사와 제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TRS 관련 다른 기업들의 거래 중에서도 2015년 전후 진행된게 많아 곧 처분시효가 만료될 수 있다.

아울러 재계 안팎에선 공정위가 만일 TRS 거래에 대해 다른 대기업들은 조사하지 않거나 신경쓰지 않는다면 CJ그룹을 내세운 사정기관의 '대기업 군기잡기'로 비춰질 수 있단 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TRS는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선택한 적법한 금융상품"이라며 "이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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