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하 민노총) 택배노조가 최근 '새벽배송(오전 0시~5시) 금지' 규제를 제안한 배경으로 꼽히는 택배 근로자의 과로사 사례가 실제로는 주간배송 주력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근로자 사망의 주원인으로 유독 새벽배송만 거론하는 건 설득력이 낮단 지적이 나온다.
13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택배기사 질병 사망자는 36명이었다. 이들은 뇌혈관·심장질환과 같은 '과로사' 추정 질환으로 사망해 산재 통계에 포함됐다.
업체별 사망자 수는 경동택배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CJ대한통운(8명)과 로젠택배(4명), 우체국(2명), 한진택배(1명), 현대택배(1명) 등 이었다. 이 업체들은 지난해까지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고, 현재도 대부분이 주간배송 물량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간 새벽배송 업무가 주력인 쿠팡과 컬리 택배 근로자 사망자는 없었다. 다만 쿠팡로지스틱스(CLS) 소속 위탁 기사 2명의 사망 사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9월 사이에 발생했다.
이를 두고 택배 근로자 과로사 대책으로 새벽배송만 규제하려는 민노총의 주장은 '모순'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업계는 물론 소비자단체에서도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택배 근로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택시기사가 심야 할증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듯 야간 택배 근로도 합리적 보상을 전제로 한 자율적 선택의 영역"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은 근로시간 유연화, 충분한 휴식 보장, 인센티브 강화 등 현실적인 방식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산업군으로 비교 범위를 넓혀도 택배업 종사자의 사망률이 높단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2024년 전체 사고·질병 사망자 1만479명 가운데 건설·제조·광업의 산재 사망자 수는 7181명으로 69%를 차지했다. 국내 산재 사망자 10명 중 7명은 이들 3대 업종에서 나왔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