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민주노총과 정부, 택배업체들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논의할 예정인 '새벽배송 금지'(0~5시) 안건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2만5000여명 이상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반발 여론이 확산한 가운데 소비자와 택배기사 유관 단체 등은 빠진 채 새벽배송 금지 여부를 논의하는 건 불합리하단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회전자청원에 게재된 새벽배송 금지 반대 청원은 이날 정오 동의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저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맞벌이 가정 주부"라며 "늦은 밤에 준비물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건 새벽배송 덕분으로, 이미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다. 국회와 정부가 특정 단체(민주노총)의 주장만 듣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썼다.
당초 1만8000명의 동의를 받은 이 글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5일 본인 SNS에 청원 주소를 공유한 뒤 동의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3일까지 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상임위에 회부되며 심사 결과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되거나 법안 제정, 제도 권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아침 장보기와 육아, 출근을 준비하는 워킹맘부터 식재료를 아침에 공수받는 소상공인 등 20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다"며 "'식품사막으로 불리는 도서산간지역 지역에서 새벽배송 니즈가 확대되는 데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만큼 국민 일상이 돼 반대 동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도 배송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 중이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슈퍼마켓 배송 지원이 안 되는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의 '식품 사막화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새벽배송 전면 금지 결정이 현실화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새벽배송 금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새벽배송을 이용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8.9%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벽배송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온라인 플랫폼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식품과 보건·위생용품 등을 신속하게 배송하며,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를 잡았다"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0~5시 배송 업무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엔 "음료수 박스, 홈트 제품 등의 야간 배송이 필요한지 의문으로, 만성적인 피로를 유발하는 야간 장시간 노동을 멈춰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배송 품목 축소 등 소비자 편익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소비자와 택배기사 사이에선 "새벽시간에 교통체증이 없고 업무가 편해 선호한다" "새벽배송 품목을 왜 노동계가 정하느냐" "간호사부터 택시와 대리운전기사, 응급실 의사, 청소부, 제조업 야간 근로자 등 야간근로자들도 모두 일을 관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예정된 제3차 사회적 대화 기구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쿠팡·컬리·CJ대한통운 등 택배사와 민주·한국노총 등이 참석해 새벽배송 금지 관련 논의를 한다. 소비자·택배기사·소상공인 단체는 참여 대상이 아니다. 지난 5일 열린 2차 사회적대화기구 회의 땐 비노조원 택배기사 6000명이 가입한 '비노조 택배 연합'의 김슬기 대표가 "당사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를 받아 논란이 일었다.
쿠팡 위탁 배송기사(퀵플렉서)1만명이 소속된 택배영업점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측은 새벽배송 제한으로 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CPA도 공식 논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단 입장을 밝혔다. 앞서 CPA가 소속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93%가 민노총의 '심야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심야배송의 장점으로 '주간보다 교통혼잡이 적고 엘리베이터 사용이 편하다(43%)'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입이 더 좋다(29%)', '주간에 개인시간 활용 가능(22%)' 등의 응답률도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