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를 키우는 30대 A씨는 쿠팡의 고객정보 대거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9일 밤에도 여느 때처럼 쿠팡 앱을 열고 로켓배송으로 세제와 아이 장난감 등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쿠팡에 크게 실망했지만, 현재 로켓배송 서비스를 대체할 플랫폼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쿠팡 유료 회원을 탈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쿠팡 해킹 피해자 모임' 등 온라인 카페들은 단체 소송을 준비한다는 공지글을 게시했다.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변호사도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단체 손해배상소송 진행 계획을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3047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에서 3370만개 회원 계정의 이름과 이메일, 집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 4명 중 3명꼴로, 쿠팡이 보유한 고객정보가 사실상 통째로 유출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부터 현재까지 이용자 대다수가 쿠팡으로부터 문자나 이메일로 '개인정보 노출 통지'를 받았다.
소비자들은 쿠팡의 허술한 정보관리에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쿠팡 서비스 지속 사용 여부에 대해선 '극과 극'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쿠팡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겠단 소비자들은 '늦은 밤에 주문해도 다음 날 오전 7시 이전에 도착'하는 로켓배송의 편리함을 대체할 서비스를 찾을 수 없단 의견이 많다. 한 50대 고객은 "고기·야채 등 신선식품은 가끔 대형마트에서 사지만, 들고 다니기 무겁고 무인 계산대 사용도 불편한 대용량 세제류나 음료 등 생활용품은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쿠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단 고객도 있다. 이번 정보 유출 사건 직후 쿠팡 멤버십을 해지한 30대 고객은 "앞으로 신선식품은 컬리나 쓱닷컴, 생활용품이나 의류 등은 네이버를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보상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 50대 고객은 "정보가 어디에 떠돌고 있을지 좀 불안하다"며 "피해보상을 확실히 하고, 고객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졌던 SK텔레콤은 지난달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1인당 손해배상금 3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통보받았다. 법원이 개인정보 유출 관련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다. 2016년 인터파크 해킹 사건 당시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인당 배상금 10만원을 받아냈다. 2014년 신용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 때도 법원은 원고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겐 보상해주지 않는데, 미국처럼 관련자가 승소를 한다면 나머지 고객에게도 배상 책임을 물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보유출 사고로 쿠팡이 중점 추진 중인 '클라우드 신사업 CIC(Coupang Intelligent Cloud)'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단 관측이 나온다. 클라우드 시장에선 업체의 경쟁력을 판단할 때 데이터센터 인프라나 가격 경쟁력보다 보안 거버넌스 수준, 권한 통제 정책, 사고 대응 능력을 더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쿠팡이 보안 위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CIC의 영업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