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릅답다."
"내가 본 미주 중에 제일 이쁘다."
최근 가수겸 방송인인 이미주씨가 올린 '홍대 갸루(Gyaru)걸 체험'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은 공개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다. 이씨가 일일갸루 체험 콘셉트로 2000년대 하라주쿠 감성의 갸루 화장과 스타일링을 선보이자 "너무 예쁘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갸루 화장법 공유 게시글이 번지고 있다. 갸루란 주로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독특한 여성 패션 스타일과 문화를 일컫는다. 진하고 강렬한 화장이 특징으로 유행 초기엔 얼굴을 태닝하거나 진하게 분장한 뒤 눈 주변을 검은색이나 하얀색으로 강조하는 스타일이 두드러졌다.
유행은 돌고 돌아 최근 갸루 화장법이 한국식으로 재해석되면서 젊은층 사이에 번지고 있다. K갸루 메이크업이라 불리며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재현해보는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한국 스타일로 재해석한 '세미갸루'는 자연스러운 피부톤에 아이라이너와 속눈썹 등으로 눈 주변에 포인트를 준게 특징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들이 갸루 메이크업을 따라하면서 한국식으로 변형한 갸루 문화가 유행한다"며 "갸루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과 J팝 등 일본 문화가 국내 젊은층 사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일본풍 트렌드(오타쿠 코어)가 패션 영역까지 번졌다. 특히 10~20대 고객 중심으로 이뤄진 패션 플랫폼에선 갸루식 의류와 소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세다. 쇼핑몰 '지그재그' 내 통계를 보면 최근 3개월(9월4일~12월3일) '오타쿠'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8%, '갸루' 관련 검색량은 62% 증가했다. 이른바 이전까지 '서브 패션'이던 '오타쿠 패션'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도 최근 3개월(9월1일~11월30일) 기준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애니 티셔츠(애니메이션 티셔츠)'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127%)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갸루' 검색량은 2배 넘게(125%) 껑충 뛰었으며 '갸루'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 거래액은 4배 가량(291%) 증가했다. 대표 아이템인 '통굽 부츠'를 비롯해 체인·패턴 등 화려한 디자인의 '갸루 가방', 길게 네일을 붙일 수 있는 '갸루 네일팁' 등도 인기다. 무신사도 넥슨 서브컬처게임 '블루아카이브'와 협업해 팝업을 선보였다.
트렌드에 민감한 백화점은 이런 흐름에 맞춰 애니메이션과 코스튬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속속 연다. 대학가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대표적이다. 최근 업계 최초로 서브컬처 전문관인 '스페이스 일러스타'를 열고 가상 아이돌 공연과 팬미팅, 코스튬 플레이 등을 선보이는데 매출이 목표치 대비 130%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보인다. 덩달아 취향을 공유하려는 젊은 층의 방문도 늘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이 이색적인 경험을 즐기는 공간으로 재정립되면서 기존 유통업계에선 비주류에 해당했던 엔터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집객 효과가 높은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한다"며 "국내 서브컬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