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 청문회에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전직 대표 등 핵심 증인이 불출석한 것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질타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글로벌 CEO란 이유로 청문회에서 참석하지 못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라며 "쿠팡 김범석 의장은 한국 사람으로 모국에서 자신이 꿈꾼 쿠팡의 혁신을 제대로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지 모국어로 당당히 설명할 수 있는데 한국어도 못하는 외국인 CEO를 앉혀서 회피하는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CEO로 전 세계 170개국에서 활동한다고 했는데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한다"며 "김 의장이 청문회에 안 오는 것은 쿠팡이 대한민국에서 철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신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미국에서도 기업 보안 유출 사고 발생하면 총수나 실질적 지배자가 의회에 나와 직접 설명하는데, 왜 김범석 의장은 국회 청문회에 안 나왔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이번 정보유출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우려 끼쳐 죄송하다" 한국 쿠팡 CEO로서 최종 책임을 지고, 나에게 질문하면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박대준 전 대표도 이번 사태에 책임진다면서 나갔는데, 앞으로도 쿠팡 경영진에 없어야 한다"며 "이 자리에만 안보이고 앞으로 쿠팡에서 한 푼이라도 받는 자리에 있으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저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표의 복귀설을 부인했다.
질의에 나선 여야 의원과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로저스 대표가 답변 전 "의원님의 질의에 감사한다" 등 형식적인 표현을 반복하자, "그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말고, 통역사가 해석할 필요도 없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쿠팡이 청문회를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번 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도 논란이 됐다. 고객 계정 정보 유출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달 18일인데, 거의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늑장 제출한 탓이다. 미국 개인정보보호법상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은 국내 고객 피해자보단 해외 투자자들을 의식한 행보란 지적이 잇따랐다.
쿠팡은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에 따른 한국 정부의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예상하기도 했다. 보고서엔 "한국 규제당국이 조사를 개시했으며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 규모는 손실 범위를 합리적으로 추산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고로 경영진의 주의 분산, 사고 수습 비용 증가, 규제 벌금 및 소송에 따른 추가 비용,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해 향후 잠재적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쿠팡은 이번 사태로 "회사 운영이 중대하게 중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연일 쿠팡의 정보유출 사건을 지적하면서 징벌적 과징금을 비롯한 고강도 경제적 제재를 언급한 것에 대해 "내용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저스 대표는 정보유출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 대한 보상안도 마련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보유출 관련 보상안을 거부하는 것도 김범석 의장의 뜻인가"라고 묻자, "내부적으로 보상안을 검토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보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황 의원이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과할 마음이 있는지 얘기해봤냐"고 질의하자, 로저스 대표는 "그런 대화를 김범석 의장과 나누지 않았다"면서 "제가 한국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선 사과한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의 직접 사과 요구와 관련 질의에 대해선 끝까지 말을 아꼈다.
쿠팡이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 CEO를 앞세우고 형식적인 답변으로 청문회에 대응하자, 이들에 대한 질의를 생략한 채 직접 쿠팡의 회원 탈퇴 절차를 시연하며 항의의 뜻을 전달한 의원도 있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 질의 차례에 직접 쿠팡 회원 탈퇴 소개 화면을 띄우고 본인 스마트폰을 꺼내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수행했다. 노 의원은 쿠팡 와우회원 탈퇴 페이지가 열리면서 탈퇴 이유를 알려달라는 화면이 뜨자 "응답하지 않아도 되고, 따끔한 충고를 해줘도 된다"면서 "저는 '보안 무지, 국민 무시'라고 적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쿠팡의 대관 업무 담당자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오전 언론 보도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 5일 박대준 쿠팡 전 대표이사 등 회사 관계자들과 고가의 오찬 회동했단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본인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날 내가 주문한 파스타는 3만8000원이었다"며 "(그날 나는) 대관 담당 직원을 내보낸 후 쿠팡 대표에게 대관 조직을 늘리고 국회를 상대로 지나치게 대관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줬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