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쿠팡이 비워둔 책임 그리고 마지막 기회

김민우 기자
2026.01.05 05:30

쿠팡이 고객정보 유출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김범석 의장의 사과문과 1조700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 드러난 모습은 '책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주요 경영진들은 핵심 질문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과와 보상으로 일종의 셀프 면죄부를 제시한 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자리에서 '모르쇠'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보 유출 규모를 둘러싼 인식 차이는 논란을 더욱 키웠다. 정부는 3370만건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쿠팡은 유출된 정보 중 외부기기에 저장된 규모는 3000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양측 발표 수치의 차이는 1만배 이상이다. 이 같은 간극은 단순한 해석 차원을 넘어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방증한다. 피해 가능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기업이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국가정보원과 협력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국정원은 이를 부인한다. 진실 공방을 벌이는 '조사 과정'을 차치하더라도 정부 관계자의 입회도 없이 '포렌식' 과정이 진행됐고, 그 결과를 별도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확인됐다. '셀프 조사'로 비판받고, 그 결과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이유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는 산재 은폐 의혹, 마케팅 비용 전가 논란 등 그간 제기돼 온 여러 사안도 함께 다뤄졌지만, 이 역시 명확한 책임 주체나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원론적인 설명을 반복했고 최고 의사결정자인 김범석 의장은 끝내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개별 사안의 위법 여부를 떠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과와 보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국민 정서법'을 먼저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정조사다. 국민 입장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마지막 기회이고 쿠팡으로서도 의혹을 해소하고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사진=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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