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최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말 대규모 고객 정보유출 사태가 터진 이후 지속된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 1일부터 가격을 낮춰 판매한 PB(자체 브랜드) '루나미' 생리대가 이틀 만에 품절됐다. 평소보다 판매량이 최대 50배가량 치솟아 50일 이상 재고분이 이틀 만에 모두 소진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쿠팡은 지난달 말 국내 유통사로는 처음으로 루나미 생리대 가격을 29% 인하했다. 중형 생리대 가격은 개당 120원대에서 99원으로, 대형 생리대는 140원대에서 105원으로 각각 낮췄다. 가격 인하로 발생한 손실은 전액 쿠팡이 부담했다.
쿠팡은 품절 사태에 대비해 발주 물량을 대폭 늘렸고, 리셀러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고객당 하루 1개씩 구매량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고객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많아 조기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국내 최저가 PB 생리대 판매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생리대는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40% 비싼게 사실인가 본데, 싼 것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한킴벌리 등 제조사들은 중저가 생리대 신제품을 오는 1~2분기 출시해 보급할 예정이었다.
쿠팡은 이보다 빨리 소비자들이 가성비 상품을 체감할 수 있게 기존에 직매입으로 보유한 PB 생리대 가격을 즉시 내려 시중 제품의 '반값' 수준으로 공급했다. 회사의 최대 강점인 구매력과 가격·배송 경쟁력으로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을 지원한 것이다.
쿠팡은 이와 함께 국내 지방 농가의 판로 확대에 나선다. 쿠팡은 지난해 전국 17개 지역에서 과일과 수산물 60여종, 총 9420톤을 직매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데, 올해엔 직매입 물량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인구감소위기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매입 산지와 품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산지 직거래를 통해 유통비용을 낮춰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선한 제품을 제공해 물가안정에 동참하고, 농가 판로 확대로 지역 상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취지에 부합하는 경영활동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과거에도 정부 물가안정 정책에 호응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 국면 마스크 가격이 개당 1만원까지 치솟았을 때 개당 500~1000원에 로켓배송으로 판매해 약 500억원의 손실이 났다. 2리터 생수 12개를 5990원에 파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탐사수'도 매년 600억원 이상 손실이 나는 역마진 상품이나 주변에 할인마트가 없는 도서산간 지역 고객을 위해 계속 판매 중이다.
쿠팡이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미국 기업'임을 앞세워 정부와 법리 논쟁과 진실 공방을 이어가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선 쿠팡이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하려는 출구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