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충북 음성군 생활용품 제조공장에서 건물 5개 중 3개(약 2만4170㎡)가 전소되는 대형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공장 내부 샌드위치 패널에 가연성 단열재가 사용돼 화재가 급격히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단열재에 불연(不燃, 불에 타지 않는) 소재가 의무적으로 들어가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해당 공장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데다 내부에 종이류가 적재돼 있어 화재가 커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화재 확산 경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이 공장 외벽과 지붕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삽입한 구조로 시공이 간편하고 단열 성능이 뛰어나 산업시설에 전반에 널리 활용돼 왔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 내부 단열재가 순식간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화염 확산을 가속화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불길이 패널 내부 단열재로 파고들면 외부에서 대량의 물을 뿌리더라도 내부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철판이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하며 물을 튕겨내는 사이, 내부는 고온의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구조물 붕괴로 이어진다.
이 같은 문제 탓에 샌드위치 패널 내부에 사용되는 단열재만큼은 불연 소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재 발생 시 확산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한 소방 대응만으로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는 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모든 공장·창고의 지붕 내화구조화 △지하주차장·필로티 구조 마감재·단열재 불연재료 의무화 △내화채움구조 규정 체계 정비 등을 담고 있다.
염 의원은 "단열재 등 건축자재의 화재 안전 기준이 미흡해 화재 발생 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건축자재에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하면 비용 부담 등 현장의 시공 여건이 악화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대형화재 이후 제도를 보완하는 '사후 대응'보단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필요하단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내장재와 마감재 전반에 대한 화재 안전 기준이 전면 강화됐고, 그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공공시설의 안전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통과돼 불연 등급 단열재 적용이 확대될 경우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한 소방 전문가는 "단열재와 외장재가 화염 확산의 매개체가 되는 구조를 차단하는 것만으로 초기 대응 시간 확보와 인명 피해 저감 효과가 크다"며 "위험성을 인지한 상황에서 대응을 미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 개선 유도, 단계적 교체 가이드라인 마련, 화재 취약 구간에 대한 우선 점검 등 현실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