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전쟁' 안팎에 악재… 식품업계 비명

차현아, 이병권 기자
2026.03.04 04:17

중동 수출·수익성 악화 전망… 중소·중견기업도 전전긍긍
물류비 등 비용 증가 부담 ↑

지난해 K푸드의 권역 별 수출 실적/그래픽=윤선정

국내 식품업계가 안팎으로 불어닥친 거센 파고에 신음한다.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한 물가인하 압박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공습으로 인한 고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대외 악재까지 다시 터져나오며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1파운드당 3.85달러를 기록했다. 이란공습 직전인 2월27일에 비해 1.37% 상승했다. 코코아 가격은 1톤당 3021달러로 같은 기간에 4.61%나 치솟았다. 최근 안정세를 찾던 원자재 가격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만나 다시 요동치고 있다.

업계는 이란공습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환율상승 등 간접효과가 초래할 파괴력을 경계한다. 당장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에 전세계 해상물가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세계 석유 해상교역량의 27%가 지나는 이곳에 대한 국내 원유수입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에너지 비용상승은 곧 식품공장의 생산단가로 직결된다.

중동은 지난해 전체 K푸드 수출액 139억달러의 3%(4억1000만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만 놓고 보면 중동은 가장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접 중동국가로의 판로확대를 추진해왔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중동 매출액은 약 66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으며 농심도 최근 5년간 중동 매출이 연평균 12%씩 늘었다. 동원F&B도 중동 매출액을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릴 계획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주요 식품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부전략 검토에 나섰다. 특히 국내 물가안정 요구에 직면한 터여서 가격인상을 배제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실제 라면·과자·식용유업종 기업들은 4~5일 농림축산식품부 회의를 앞두고 제빵 프랜차이즈에 이은 가격인하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기업도 최근 수년간 중동시장이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한다. 지난해 중견기업의 중동 수출은 전년 대비 19.6% 증가한 37억6900만달러(5조5000억원), 중소기업의 중동 수출도 14.1% 늘어난 64억5000만달러(9조4500억원)였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중국의 경기둔화로 양대 국가 수출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한 결과다.

중동은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의 핵심지역인 동시에 인프라·플랜트 관련 수주가 활발해 여러 분야에서 진출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팜·자동차부품·산업기자재 분야 기업들이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으로 공급망에 진입하는 움직임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본토공습 이후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견기업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가장 즉각적인 변수는 물류비다. 완제품 수출구조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은 곧바로 비용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크다. 물류단가 협상력이 약한 만큼 계약조건을 직접 조정하기 어려워 비용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조차 쉽지 않다. 납기지연이나 추가 물류비가 발생해도 상위 업체와의 계약구조상 부담을 일부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환율급등 시 환헤지 등을 통한 위험관리 여력도 제한적이다. 수개월치 원자재를 어느 정도 확보해둔 중견기업과 달리 선매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유가상승과 물류부담으로 원자재 인상이 장기화할 경우 충격이 더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