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2000원 진짜냐"…정부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업계 '고심'

이병권 기자
2026.03.05 16:22
신라면 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연이어 식품 물가 점검에 나서면서 라면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당·제분업계가 담합 조사 이후 밀가루·전분당 가격을 인하했고 이를 계기로 제빵업계가 빵 가격을 내리면서 라면 가격에도 관심이 쏠렸다. 라면업계는 아직 인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라면업체 4사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원재료 가격과 제품 가격 동향 등을 점검했다. 대외적으론 시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지만 업계는 사실상 라면 가격 조정을 논의하는 자리로 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라면 1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했던 발언이 다시 거론되면서 라면 가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라면 가격은 1개당 1000원 안팎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공시된 전국 판매점 평균 기준 '신라면' 1묶음(5개입) 가격은 지난달 기준 4572원으로 1개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914원이다. 공시 제품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은 팔도의 '틈새라면'도 1개당 1157원이다.

주요 식품 및 외식비 가격 인상률/그래픽=이지혜

라면 가격 인상 폭 역시 다른 식품이나 외식 메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농심 신라면 1봉지 가격은 2020년 728원에서 올해 914원으로 6년 새 약 26% 상승했다. 2022년 895원까지 오른 뒤 2023년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이후 라면값을 내리면서 84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다시 올랐다.

같은 기간 시리얼(포스트 콘푸라이트 600g)은 5597원에서 7939원으로 약 42% 올랐고, 캔커피(맥심 티오피 275㎖)는 1743원에서 2284원으로 31% 상승했다. 빵(삼립 정통 크림빵 3개입)은 2770원에서 3954원으로 약 43% 올랐다. 외식 메뉴인 자장면은 47%, 김밥은 51% 상승했다.

업계는 라면이 서민 생필품으로 인식되는 만큼 그동안 가격 인상도 최소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라면업계가 단행한 가격 인상도 2023년 인하 이전 수준을 되돌리는 정도에 그쳤고 삼양식품의 경우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제한적인 가격 관리에 라면업계는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 5143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적 성장은 해외 사업 확대 영향이 컸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 수출 호조로 매출 2조원을 달성했지만 해외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국내 시장은 내수 둔화와 가격 정책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023년 가격 인하 이후 영업이익률이 6%대에서 4%대로 떨어졌다"며 "지난해 다시 가격을 인상한 이후에도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은 회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간담회 이후 당장 라면값 인하 결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물가 관리 대상으로 계속 거론되면서 인하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전쟁 리스크로 유가·운임·환율 상승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적정 가격에 대한 셈법도 복잡해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가루만 최근 소폭 가격을 내렸을 뿐 다른 원재료값이나 물류비·인건비는 모두 오르고 있어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그럼에도 정부의 관리 의지가 강하다면 업계도 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