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커피 한 잔. 회사 탕비실과 공사장 휴게실까지 한국인의 일상 곳곳에는 늘 커피믹스가 있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던 때에도 작은 종이컵 속 달콤한 커피는 잠깐의 숨 쉴 틈을 줬다. 동서식품 커피믹스가 올해로 '반백년(50년)'을 맞았다.
동서식품 커피믹스의 시작은 1976년 출시한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다. 당시만 해도 커피는 커피·크리머(프림)·설탕을 각각 넣어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동서식품은 세 가지를 최적의 비율로 배합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커피믹스를 선보였다.
1987년부터는 '맥심 커피믹스'를 주력으로 삼고 맛과 형태를 바꿨다. 지금의 길쭉한 스틱 형태 포장을 도입한 것도 이때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해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만의 경쟁력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2년 뒤 출시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는 지금 커피믹스 시장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믹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노란색 박스가 상징적이다.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으로 수십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커피믹스 시장은 국가적 경제 위기 속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며 성장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직접 커피를 타 마셨다. 냉온수기가 보급된 시기와도 겹쳤다.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한 커피믹스는 냉혹한 시기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주는 위로가 됐다.
동서식품은 이후에도 제품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에는 커피믹스 스틱 제품에 '이지 컷(Easy Cut)' 기술을 도입했다. 포장 일부에 레이저 절단선을 적용해 더 쉽게 스틱을 뜯을 수 있게 개선했다.
2012년에는 무지방 우유로 부드러운 맛을 강조한 '맥심 화이트골드'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진한 커피 향과 라떼 크림의 조화를 담은 프리미엄 제품 '맥심 슈프림골드'를 출시했다. 지난해 건강 트렌드에 맞춰 당 함량을 줄인 '맥심 모카골드 제로슈거 커피믹스'도 개발했다.
꾸준한 제품 라인업 확대로 동서식품 커피믹스는 지난 한해동안 약 90억 스틱이 판매됐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약 180잔을 마신 셈이다. 매출 규모로 환산하면 약 9000억원 수준이다.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저가 커피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트렌드의 공세 속에서도 맥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달달한 맛에 반한 외국인들이 귀국길에 챙겨가는 인기 기념품으로도 떠오른다.
지난해 경주에서 선보인 '맥심가옥' 팝업은 한옥 공간에서 커피와 체험을 즐기는 관광 코스로 주목받았다. 2024년 골목 전체를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꾸민 '맥심골목'에는 한 달 만에 약 12만명이 방문했다. 커피믹스 제품들의 시그니처 색(노랑·아이보리·주황)을 활용한 굿즈도 인기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선보인 이후 반세기 가까이 한국인의 일상과 함께해왔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제품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통해 '행복한 순간'을 전하는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