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넥스윌 본사 1층에 들어서자 손바닥만한 초록색 PCB(기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엔 평범한 전자부품 보드지만 이 '송수신제어모듈'이 있어야만 전장에서 레이다(RADAR)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상공에 있는 적을 탐지하고 요격할 때 없어선 안 될 부품이라는 뜻이다.
중동 전쟁에서 UAE(아랍에미리트) 방공망을 지켜내 주목받은 국산 방공체계 '천궁-Ⅱ'의 AESA 레이다에도 넥스윌의 기술이 들어갔다. 레이다가 주고받은 신호를 분석해 거리·속도·방향·각도 등 표적 정보를 계산한다. 레이다가 '눈'이라면 넥스윌의 기판은 이를 해석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넥스윌만의 경쟁력은 '기술 내재화'였다. 방산·통신 전문 강소기업으로서 RF(주파수) 하드웨어·신호처리 알고리즘·소프트웨어까지 대부분을 직접 개발한다. 때문에 국방과학연구소(ADD)나 H사 등 국내 대형 방산업체와 협력관계가 끈끈하다. 매년 매출의 7% 이상을 R&D에 쏟은 결과다.
서원기 대표이사는 "천궁-Ⅱ 레이다 장비에 수백개 모듈이 들어가는데 이중에서 넥스윌의 모듈만 약 150여개가 탑재된다"라며 "대체 불가능한 핵심 모듈로만 보면 약 10여개 중 3~4개를 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넥스윌의 방산 기술은 현대 전쟁이 '전자전'으로 변화하는 양상과 맞물려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넥스윌은 최근 재밍(전파 방해)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중이다. 재밍이란 통신 조종을 방해하기 위한 기술로 재밍을 막기 위한 '역재밍'의 영역으로까지 연구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최근 중동 전쟁까지 드론과 미사일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단순 탐지를 넘어 신호를 빠르게 분석하고 위협을 구분 또는 제거하는 능력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서 대표는 "상대의 통신과 신호를 먼저 무력화한 다음에 공격에 들어가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넥스윌은 특히 '탐지→분석→재밍'으로 이어지는 전자전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재밍 장비가 주파수를 무작위로 교란하는 방식이었다면 넥스윌은 위협 신호를 먼저 탐지한 뒤 필요한 방향과 주파수에만 정밀 대응하는 '반응형 재밍'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레이다와 재밍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기술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전차나 차량에 장착해 접근하는 드론을 탐지하는 소형 레이다와 재밍 장비를 하나로 결합하는 식이다. 노승욱 사업본부장은 "공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향"이라며 "폴란드로 수출하는 국산 전차에 탑재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시험장비'다. 레이다는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도 각 모듈 단계별로 신뢰성과 성능을 검증해야 양산이 가능하다. 레이다에 탑재되는 기판 시험 장비를 넥스윌이 전담하고 있어서 대형 방산업체에서 넥스윌의 시험장비를 함께 구매하기도 한다.
넥스윌은 앞으로 자체 제품을 기반으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투자 유치와 인력 확충을 병행해서 '기술 회사'에서 '제품 회사'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단계다. 해외 방산 박람회 등에도 기회가 되는대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넥스윌은 지난해 250억원대를 넘어 300억원대를 올해 매출 목표로 세웠다. 서 대표는 "현재 매출 구조에서 약 70%가 방산이고 나머지는 통신 쪽"이라며 "중동 쪽에서 천궁-Ⅱ등 국산 방공체계에 대한 수요가 줄지어 예정돼서 넥스윌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