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면 디다(힘들다), 아프다 소리하는데 얘는 그런 소리 안 하니까. 농사짓는 데 엄청 도움 될 낍니더."
경남 창녕에서 30년 넘게 벼·마늘·양파 농사를 지은 성광석씨(60)가 지난 28일 대동의 '무인 인공지능(AI) 트랙터(이하 AI트랙터)'를 보고 내놓은 감상평이다. 그는 "예전에는 농사 잘 아는 사람 구하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기계가 다 한다"라며 "밭두둑도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무인 트랙터'의 시대가 열렸다. 대동의 AI트랙터 시리즈 중 하나인 'HX1200-AI'가 배토기를 달고 지나온 자리를 보니 약 1000평 규모의 땅에 자로 잰 듯한 일정한 간격으로 밭이랑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었다. 웅장한 엔진음을 내며 나아가는 트랙터의 운전석은 정말 텅 비어 있었다.
트랙터는 외곽을 따라 한 바퀴를 돌며 경계선부터 파악했다. 상부에 달린 6개의 카메라 '비전AI'가 전·후·측방을 모두 탐지해 작업할 필지의 규모와 작업기의 종류를 인식한다. 광활한 농경지 위주인 북미·유럽과 달리 논둑(경계선)으로 구분된 소규모 농경지 중심의 국내 농업 환경에 맞춰 개발된 기술이다.
비전AI는 무인 체제에서의 안전성과도 직결된다. 최소 반경 5미터 안에 사람이나 곤포사일리지 등 장애물이 탐지되면 작업을 즉시 멈추고 별도 승인 없이는 운행을 재개할 수 없다. 작동이 멈춘 AI트랙터 내부를 살펴보니 안내판에 '비상정지' 표시와 함께 차량 후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경고문이 나타났다.
AI트랙터의 핵심은 자율주행을 넘어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약 5000~6000시간에 걸쳐 AI 모델을 학습시켰다. 새만금을 비롯해 전국의 필지에서 수집한 500만장 이상의 농경지 이미지 데이터도 적용했다.
아울러 작업하는 동안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MLOps(머신러닝 운영 체계)에 쌓여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개선된 소프트웨어는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트랙터에 반영된다. 대동이 자체 실험한 결과 AI트랙터를 사용하면 일반 트랙터보다 생산성이 약 8~12% 향상됐다.
모든 작업 관리는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 '대동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에 AI트랙터를 등록하면 시작부터 복귀까지 '터치' 몇 번만으로 제어할 수 있고 트랙터 여러 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 트랙터의 이동 경로와 작업 상황은 앱에 실시간으로 빠짐없이 기록된다.
대동이 무인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국내 농업 인구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7.7세, 60대 이상 비중이 78.8%다. 고령 노동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매년 생산성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AI트랙터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8대, 다음 달에는 약 50여대를 추가로 인도할 예정이다. 올해 판매 목표는 최대 300대로 오는 12월에 북미 시장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존디어 등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다는 판단이다.
강병우 대동 개발부문장은 "방대한 토양과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료 투입과 방제 시점까지 최적화하는 '정밀 솔루션 농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농경지에 직접 가지 않고 가상공간을 구현해 AI를 학습시키는 '디지털 트윈'도 2030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