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702 사봤어?" 품번이 입소문 타…다이소가 바꾼 쇼핑의 문법

김희정 기자
2026.05.05 11:19
다이소 매장/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1019702 써봤어? 완전 대박이야."

제품 이름도, 브랜드명도 아니다. 제품의 시리얼 넘버(이하 품번)를 뜻하는 숫자 일곱 자리가 소셜미디어를 달군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다이소 품번을 제목에 내건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댓글창에는 "저도 샀어요", "품절됐던데 어디서 구했어요?"라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다이소가 바꾼 쇼핑의 문법이다.

5일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Sometrend)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다이소 관련 온라인 언급량은 약 29만6000여건. 소비자가 다이소를 적극 탐색하고 쇼핑 결과를 '공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화장품, 인테리어 소품, 영양제 등 고관여 카테고리로의 확장이 두드러지며 올리브영·이마트와 나란히 비교되는 유통 공룡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품번이 추천 언어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다이소 소비 문화의 특징은 품번을 기반으로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소비자가 제품을 추천할 때는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을 사용한다. 하지만 다이소에서는 내부 직원들의 관리용 숫자인 품번이 소비자 대화에서 핵심 코드가 됐다.

"이거 품번 뭐예요?"라는 질문이 댓글에 쏟아지고, 인플루언서들은 영상 설명란에 품번 리스트를 친절하게 정리해둔다.

여기에는 다이소의 특수한 유통 구조가 맞닿아 있다. 다이소 제품은 공급사와의 계약 방식상 브랜드보다 품번이 정확한 식별자 역할을 한다. 재입고 여부, 매장별 재고 확인, 시즌 한정 여부 등을 확인할 때 품번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이 구조를 역으로 활용해 품번 자체를 소통 단위로 삼게 된 것.

카테고리의 확장: 화장품·영양제까지
다이소 상품군별 블로그 언급량/출처=썸트렌드(Sometrend) 소셜 빅데이터 분석

다이소의 카테고리 전략은 202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달라졌다. 문구류·청소용품·주방용품 중심이던 구성에 뷰티와 헬스케어가 대거 편입됐다.

특히 2024~2025년을 거치며 국내 주요 제약·뷰티 기업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개발해 입점시키는 사례가 이어졌다. 기존 H&B 스토어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성분과 효능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이 등장하자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뷰티 유튜버들이 "다이소 화장품 풀 메이크업"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것이 수십만 뷰를 기록하자 다이소 뷰티는 서브컬처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영 갈 필요 없다"는 소비자 반응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영양제 카테고리도 마찬가지다.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들이 다이소 전용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새로운 영양제를 시험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다이소 경쟁사가 올리브영·이마트?
블로그에서 다이소와 함께 언급된 경쟁·유사 채널/출처=썸트렌드(Sometrend) 소셜 빅데이터 분석

다이소가 올리브영, 이마트와 비교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다.

과거 다이소의 경쟁 상대는 같은 균일가 숍 계열이거나 전통시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영양제 다이소에서 살까, 올리브영에서 살까"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생활용품을 "이마트 대신 다이소에서" 해결한다는 후기가 낯설지 않다.

이 같은 경쟁 구도의 변화는 다이소의 카테고리 확장 전략이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쇼핑 여정 전체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접근성, 가격 경쟁력, 품질에 대한 신뢰가 쌓이자 소비자는 다이소를 특정 카테고리의 목적지가 아닌 일상의 첫번째 쇼핑 선택지로 삼기 시작했다.

가성비? 가심비! 달라진 소비 기준
다이소 매장/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3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평일 점심시간 다이소를 즐겨 찾는다. 한 때 "싸서 사는 곳"이었지만 이젠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 식사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다이소에서 쇼핑한다. A씨는 "하나를 사려고 갔다가, 그 이상 사게 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가 충족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품번을 공유하고 기획전 아이템으로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를 만드는가하면, 제약 브랜드 영양제를 부담 없이 시험해본다. 다이소 자체가내가 직접 경험한 제품의 가치를 공유하고 관련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무대가 됐다. 29만건의 온라인 언급량은 그 결과다.

바이브컴퍼니 관계자는 "1019702번 제품이 입소문을 탄 것처럼,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이소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장 강력한 바이럴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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