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총대 메나"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원가 폭탄, 식탁 덮친다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2026.06.23 15:51

고유가·고환율·원재료 상승 삼중고에 하반기 먹거리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알루미늄·나프타 등 원부자재 가격 급등…포장재와 용기 비용 부담 한계 도달
정부 눈치에 고심하던 라면·주류 등 서민 상징 품목 기업들도 최후 카드 검토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026.5.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국내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 롯데칠성음료가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버텨온 가격 방어가 더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먹거리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료 캔 등의 주원료가 되는 알루미늄 시세는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지난해 5월 톤당 2440달러(약 374만원) 선에서 올해 5월 3670달러(약 563만원) 선으로 50%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 기준 국제 나프타 시세 역시 지난해 5월 톤당 568.6달러(약 87만원) 선에서 올해 5월 957.7달러(약 147만원) 선으로 68% 증가했다. 식품의 주 원자재인 포장재와 용기 원재료 가격의 폭등은 기업들에 고스란히 원가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같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식품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동 리스크가 일부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비싸게 들여온 원재료 재고와 기존 계약 물량 탓에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누적된 원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업계에서는 하반기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루미늄 및 나프타 가격 추이/그래픽=윤선정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지방선거 마무리를 계기로 그간 억눌러왔던 가격 조정 분위기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다만 라면·주류·음료·과자 등 취급 품목 대부분이 대표적인 서민 생활 품목인 탓에 가격을 인상할 경우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압박 표적이 되는 것은 부담이다. 기업들은 일단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으면서도 원가 부담을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도 "협력사들로부터 전 품목에 걸친 납품가격 인상요구를 받아왔고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버텨왔다"며 "현재는 남는 이익이 없는 마이너스지만 정부 기조를 거스르고 가격을 올리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대표적 생필품인 라면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아 환차익으로 원가 부담을 상쇄하고 있는 삼양식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팜유 등 유지류와 향신료·포장재 등 부담이 전방위적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라면이 가진 대중적 상징성 탓에 먼저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릴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내수 위주의 식품업계는 만만하게 보고 압박하기만 한다"며 "불법 담합이 아니라면 자유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정상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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