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질 생각이 없다. 서로 미루면서 법원 결정만 기다리는 것 같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자금난 심화로 청산(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회사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법원에 신규 회생계획안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MBK는 '기업회생안 중단 및 폐지' 관련 의견 송부일 마감일인 이날 오후까지 재수정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MBK나 홈플러스로부터 새롭게 전달받은 회생계획안이 현재까지 없다"며 "회생절차 지속 여부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까지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3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연장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
지난 29일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29일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다시 수정해서 법원에 제출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전국 126개 대형마트 점포를 67개로 축소 운용하고 임대료와 운영비 부담을 낮춰 수익구조를 개선한 뒤 M&A(인수합병)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홈플러스는 이 계획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3월 회생신청 직전 대비 각종 비용 부담이 1조2000억원 줄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납품과 영업만 정상화되면 800억원대 영업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3년 내로 영업이익 규모가 15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일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는 건 '허위' 발표였던 셈이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와 MBK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MBK 측이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수정 회생계획안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언론에 배포했지만, 법원 제출 여부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MBK 관계자는 "수정된 회생계획안은 홈플러스가 제출하는 것으로 주주사는 연관되지도 않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에 돌입한 뒤 이와 관련된 문제는 MBK 소속으로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겸임 중인 김광일 부회장이 총괄하며 주요 사안은 김병주 MBK 회장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MBK 측은 홈플러스 회생 문제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법원이 이 문제의 '이해 관계자'로 최대주주를 명시했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이다.
MBK는 그동안 홈플러스 명의로 각종 자료와 입장문을 전달해왔다. 지난 한 달간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 조달 문제를 놓고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홈플러스는 MBK 입장을 대변하는 통로로 활용됐다. 그런데 홈플러스 청산 결정 여부에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인 수정 회생계획안 여부에 대해선 상식 밖의 해명을 내놓았다.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은 이날 오후 법원에 "회생 성공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1년 3개월간 채권 이자 상환 유예 등 최대한 협조했고, 최근 김병주 MBK 회장 담보를 전제로 1000억원 DIP 대출 승인을 허용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마트산업노조는 "7월 3일까지 연장된 회생절차 가결 기한을 9월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노조는 남은 2개월간 회생계획을 새롭게 수립해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관리인 지정 등 공적 구조조정 방식으로 해법을 찾길 바라고 있다.
회생법원도 다음달 3일 곧바로 파산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1만여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고 홈플러스와 연계된 수많은 중소 납품업체, 점포 입점 자영업자까지 연쇄 피해가 발생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회생법원은 기존 회생계획안 폐지 결정 이후 △기존 경영체제 유지 △회생절차 재신청 △홈플러스가 직접 파산 선고 △채권자의 파산 신청 등 크게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법원도 홈플러스 파산을 직접 결정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우여곡절 끝에 MBK의 요청대로 2000억원의 DIP가 홈플러스에 지급되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2000억원은 그동안 밀린 직원 급여와 퇴직금, 납품 대금만 충당해도 금세 소진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운영 중인 67개 점포가 제대로 영업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유동자금이 필요하고, 그 전에 납품사와의 신뢰 관계부터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사가 확인돼야 물품 공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