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레시장 1위 기업인 오뚜기가 카레의 핵심 원료인 강황을 국내 스마트팜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후변화에 중동 전쟁 등 대외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원료의 국산화 실험에 나선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해 바질 등 수요가 높은 허브류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기반 시험재배를 본격화한다. 이후 재배 범위를 강황 등 주요 향신료로 확대해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품질과 수급 타당성 등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오뚜기카레의 핵심 원료인 강황을 비롯한 주요 향신료는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로 날씨가 급변하면서 공급망이 흔들리고 가격 변동성도 커졌다. 실제 세계 최대 강황 산지인 인도는 올해 일부 지역 기온이 47도까지 치솟는 기록적 폭염에 우기(몬순) 강수량마저 평년을 밑돌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오뚜기는 이날부터 카레류와 당면류, 케첩류, 후추류 등 4개 유형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카레류와 케첩류는 평균 6.1%, 후추류는 17% 올렸다. 국제 유가와 나프타 가격 변동으로 포장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고환율로 주요 원재료의 수입 비용이 증가해 제조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레와 후추처럼 수입 향신료 의존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대외 변수에 원가가 흔들리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스마트팜 재배 검토는 이 같은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재배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 오뚜기 계열사 오뚜기제유는 지난해 수직형 스마트팜 'Symphony No.9'(심포니 넘버9)을 구축하고 5단형 순환식 수경재배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바질은 오뚜기 제품 원료로 사용해 수입산 바질의 잔류 농약과 이물 우려를 해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바질을 비롯한 허브류 작물에 대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과 무농약 인증을 획득했다.
스마트팜에서는 바질 외에도 엽채류와 임직원 건강을 위한 샐러드용 야채 등을 생산 중이다. 재배 구역마다 설치된 센서로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실시간 측정하고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친환경 농법이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스마트팜의 경작면적은 노지재배 대비 약 30분의1 수준이며 물 사용량은 최대 94% 적다. 흙 없이 물로 기르는 수경재배 방식이어서 토양을 사용하지 않고 작물보호제(농약)도 쓰지 않는다.
오뚜기제유는 오뚜기의 IT(정보기술) 서비스 관계사인 RDS와 협력해 스마트팜의 AI(인공지능)·데이터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생육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표준화와 예측 모델을 마련하고 납품 규격의 일관성을 강화해 대량생산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테스트용으로 바질을 소규모로 재배 중이며 향후 자사에 도움이 될 원료와 허브 등으로 연구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