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한국판 트레이더조'로 재기?...'텅 빈 매대'에 PB상품 쏙

조성우 기자
2026.07.24 06:05

장기 단일 납품 PB 특성상 '신뢰 관계' 구축 필수... 납품 단가 인상 요구 가능성
NB 상품과 동시 판매해야 가성비 시너지..."2000억원 DIP 수혈만으로 역부족" 지적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연장한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법정 최후기간인 오는 9월4일까지로 연장됐다. 2026.07.21.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홈플러스가 PB(자체 브랜드)상품을 앞세운 '한국판 트레이더조' 전략으로 마트 정상화에 나선다. 상품 수를 줄이는 대신 경쟁력 있는 PB상품과 식품 중심으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회생절차 과정에서 협력사 신뢰를 잃은 만큼 상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다음달 1일 67개 점포 운영 재개를 목표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핵심은 PB상품과 식품, 생필품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국 '트레이더조(Trader Joe's)'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기존처럼 취급 품목을 늘리기보다 판매 상품 수를 과감히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영업 정상화 전략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출 증대를 위해선 안정적인 상품 공급이 중요한데, 홈플러스가 지난 1년간 협력업체 대금을 미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통상 PB 상품은 대량 생산 계약을 맺고 이에 따른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생산업체는 공장 라인의 상당 부분을 특정 PB상품 생산에 투입해야 하고, 완성된 제품의 판로도 해당 마트로 제한되는 만큼 발주처의 안정적인 대금 지급과 지속적인 거래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경영 불확실성이 큰 탓에 생산업체들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위험 부담을 얹어 납품 단가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어 PB의 핵심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B 생산업체 대부분은 영세 사업자여서 홈플러스 PB상품을 생산했다가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면 부도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어 계약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8월 재개장을 위해 기존에 남은 재고를 끌어올 수는 있겠지만 안정적인 상품 조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협력사들의 납품 재개도 불투명하다. 미정산 대금 지급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명확한 대금 지급 일정과 정상화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납품을 재개하기 어렵다"며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지 않거나 대체 판로가 있는 업체들은 재계약을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뢰를 회복할 자금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이 입금되면 밀린 상품 대금과 임대료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부터 우선 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지급 상거래채권 7940억원을 포함한 공익채권 규모가 9400억원에 달해 2000억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품을 확보하더라도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도 과제다. NB(일반 제조사 브랜드) 상품 없이 빈약한 PB 상품 위주의 영업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인하기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 회생 과정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PB상품은 NB상품과 함께 판매될 때 소비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만큼 PB상품 중심 영업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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