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가 '오프프라이스(Off-Price)'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가 고가 상품과 초저가 상품으로 나뉘는 이른바 'K자형 소비'가 뚜렷해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오프프라이스 매장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프프라이스 매장은 일반 브랜드 매장에서 팔고 남은 이월·재고 상품 등을 유통사가 직접 매입하거나 병행수입해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정상가 대비 30~80%, 많게는 90% 가까이 할인 판매한다. 여러 브랜드의 이월·재고 상품이 섞여 있고 백화점이나 아웃렛처럼 물량이 많지 않아 품목이 수시로 바뀌는 점이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오프프라이스 매장 신세계 팩토리스토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7%, 고객 수는 23% 증가했다. 2017년에 선보인 팩토리스토어는 2018년 2개, 2019년 5개, 2020년 9개로 점포를 늘렸으며 2024년에는 18개까지 확대해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20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반기 3개 점포를 추가해 연매출 13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의정부, 김해, 월계 등 주요 상권에서도 신규 출점을 이어가고 상권 특성에 맞춘 소형 점포도 검토하고 있다.
성과에 힘입어 상품군도 넓히고 있다. 강남점은 기존 330평에서 420평 규모로 확장하고 패션 중심에서 뷰티, 아동, 여행용품, 소형가전, 스포츠 신발, 캐릭터 IP 상품 등으로 넓힌다.
팩토리스토어는 △직매입 △브랜드가 직접 관리하는 특정 운영 △브랜드가 물량만 보내는 위탁 방식으로 상품을 조달한다. 직매입 비중이 약 45%로 장기적으로 6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오프프라이스 매장 오프웍스(OFF WORKS) 7개점의 상반기 매출은 32% 늘었다. 2019년 선보인 뒤 매년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고객 중 신규 고객 비중이 30~40%로 아웃렛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앵커 테넌트(핵심 점포) 역할을 하고 있다. 할인율은 일반 아웃렛 상품 30~50%보다 10~20%포인트 높은 40~80% 수준이다. 신상품도 15~25%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오프프라이스 'NC 픽스' 10개점의 상반기 매출은 90%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확장해 문을 연 강서점은 재단장 이후(7월15~31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었다.
강서점은 45평 규모의 리빙존을 처음 도입해 침구, 소형가전, 스낵, 소가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신발류도 기존 대비 진열량을 약 2배 확대했고 아동류는 종전 2평에서 15평으로 넓히며 면적과 진열량을 7배 이상 늘렸다.
이랜드리테일은 "바이어들이 고객 조사로 선호되는 글로벌 브랜드의 이월·재고 상품을 발굴해 대량 매입하고 판매한다"며 "상품이 지속적으로 새로 입고되고 매주 구성이 달라져 예상하지 못한 상품을 발견하는 '보물찾기형 쇼핑 경험'도 NC픽스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오프프라이스 매장이 '가성비 있는 브랜드 쇼핑'과 '재고 효율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의류는 계절이 지나면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기 어려워져 재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 경험을 주고, 유통업체와 브랜드사는 할인 판매에 따른 브랜드 가치 훼손도 최소화하면서 재고를 현금화할 수 있어 오프프라이스 매장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