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온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한꺼번에 사고 넉넉하게 차례상을 차리던 장보기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차례상을 간소화하는데다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만큼 사거나 명절 전후로 나눠 구매하는 소비가 늘면서다. 유통업계도 이러한 수요에 맞춰 한우부터 명절 간편식까지 소포장·소용량 상품을 내놓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이번 추석 한우 선물세트에서 200g 단위 소포장 상품을 확대했다. 올해 처음으로 기존 450g 단위에서 200g으로 줄인 상품을 선보였다. 구이용 한우를 200g 단위로 소포장한 '현대명품 한우 소담 매'가 대표적이다. 특수부위 세트도 200g 단위로 구성했다.
소포장 세트가 한우 선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에서 지난해 34%까지 높아졌으며 올해는 4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간소화와 가구 구성원 감소 등으로 필요할 때마다 신선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선물세트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소가구를 겨냥한 명절 상품이 확대되는 추세다. 1~2인 가구를 위해 소포장 한우를 선보이는 한편 송편·잡채·전 등 명절 음식을 한 번에 많은 양을 담은 세트 대신 필요한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단품 형태로 내놓고 있다.
GS25는 추석 대표 음식 전과 잡채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추석 잡채&전(6900원)'을 출시한다. 전과 잡채를 따로 살 필요 없이 반반씩 구성했다. '이달의 도시락 한가위편(6900원)'은 9칸 구획 용기에 흑미밥, 나물밥과 떡갈비, 닭갈비, 오미산적, 옥수수전, 송편 등을 담았다.
CU는 '참깨송편(3500원)'을 통해 흰송편 4알, 쑥송편 4알 등 8알을 소포장으로 구성했다. '풍성한가위 잡채 모듬전(5600원)'은 잡채와 전을 함께 담았다.
세븐일레븐은 여러 형태의 명절 간편식을 원한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취식 편의성이 높은 김밥과 무스비(주먹밥)를 선보인다. 떡갈비와 고기산적을 각각 활용한 '복가득담은떡갈비김밥', '복가득담은고기산적무스비'를 출시했다.
이마트24는 등심, 채끝, 부채살 등 한우 부위를 1~2명이 즐기기 좋은 소포장으로 구성한 '한우미식세트' 6종을 선보인다.
유통업계가 명절 상품을 잘게 쪼개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장보기 방식 변화가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용량보다 먹을 만큼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앞으로 구매를 늘리겠다는 품목으로는 소포장·소용량 신선과일이 49.5%로 가장 많았다. 소포장 축산물(33.3%), 세척·손질 채소류(23.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상자 단위 대용량 과일 구매를 줄인다는 응답은 62%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용량이나 세트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품목과 용량을 세분화해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