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기린 맥주' 하이트진로가 빚는다

이병권 기자
2026.10.13 03:53

亞 첫 라이선스, 초도생산량 500㎖ 캔 300만개 분량
전주공장 설비 활용… 국내 年판매량 75% 담당 예정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 시작/그래픽=최헌정

20년 넘게 동해바다를 건너온 일본 프리미엄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이하 기린 이치방)가 한국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가 일본 맥주회사 기린(Kirin)으로부터 제조원료와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두 회사의 협력은 수입·유통에서 생산·기술교류로 넓어졌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8일 경기 용인의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2004년부터 약 20년 동안 기린 이치방의 맛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기린과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했다. 기린이 자본관계가 없는 아시아 지역 파트너사에 생산 라이선스를 넘겨준 것은 처음이다. 초도 생산량은 150만리터로 500㎖ 캔 300만개 분량이다. 내년엔 국내 연간 판매량의 75%를 전북 전주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기린 이치방이 매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우면서 직접생산의 뜻이 맞아떨어졌다. 특히 캔제품은 2020~2026년 연평균 판매량 증가율(CAGR)이 97%에 달했다.

하이트진로의 수입맥주를 담당하는 권광조 권역장은 "일본 맥주의 성장세와 국내 수요증가가 맞물리면서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전주공장 설비를 활용해 똑같은 맛을 구현하기 위해 1년 넘게 공을 들였다. 기린 이치방은 다른 맥주와 달리 맥아에서 처음 짜낸 맥즙만 사용하는 기린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다.

제품명에 '이치방'(첫 번째를 뜻하는 일본어)이 들어가는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일본에서 효모를 직접 공급받아 양조온도와 시간, 원료비율과 완제품 규격을 기린의 생산기준에 맞췄다. 생산승인까지 3차례 이상 시험을 거쳤다. 전주공장에서 시험생산한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관능검사와 수치분석을 받았고 기린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국내 생산 이후에도 정기 기술협의체를 통해 품질관리와 기술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첫주부터 기린 이치방의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생산한 기존 제품이 소비되면 순차로 편의점 등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생산으로 기린 이치방의 공급기간은 크게 줄어든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은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약 한달반이 걸리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면 1~2주 안에 국내 어디에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물량변동과 관세 등 대외변수에 따른 공급부담이 줄고 완제품을 옮겨야 하는 물류비용도 아낄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줄어든 비용을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투입해 소비자 혜택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기린 이치방 병제품과 생맥주의 국내생산 확대여부도 캔제품의 생산과 판매가 안정되면 검토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이번 기술협정은 단순한 생산현장 이전이 아닌 기술과 품질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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