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역 1조달러 달성, 실패가 약(藥)이다

세종=유영호 기자
2015.08.14 03:26

"5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말이다. 수출이 극심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회복의 물꼬를 트겠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 1조달러'라는 트로피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느껴진다. 우리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암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수출액은 315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수입을 포함한 교역액은 5765억달러로 10.0%나 떨어졌다.

수출 부진은 대외변수의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 올 상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보다 46.5%나 하락하면서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월평균 2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문제는 대외변수의 흐름은 어느 한 나라의 힘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총력전'으로 표현된 정책지원으로 잠시 실적을 '맛사지' 할 수는 있지만 효과는 결국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밀어내기식 수출대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제조업은 더 이상 물량 중심의 수출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굵직한 수출 기업들은 현지생산을 늘려가고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가격경쟁력에 기댄 수출경쟁력도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1조달러'에 목매 미세조정에만 초점을 맞춘 단기 대책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명확한 목표는 좋지만 과도한 집착은 정책을 정치화하는 지름길이다. 물량 위주의 수출 목표에만 목매면 결국에는 내리막길만 이어질 뿐이다.

수출이 계속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선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출이 흔들리는 지금이 장기적 안목에서 구조개혁을 진행할 적기다.

올해 안좋았던 것만큼 내년에는 수출이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다. 기저효과 때문이다. 한가지 걱정은 내년 수출 증가가 정부의 긴장을 다시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수출호(號)를 위해 올해 '무역 1조달러' 달성은 실패하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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