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위기의 카카오? 괜찮아 카카오!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2015.10.20 03:16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외도박설을 접한 건 수년도 더 된 일이다. 2012년 미주한국일보에서 보도됐다고 하는데 우리 언론은 추종보도 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접했다. "사업 구상하면서 좀 놀았나 보다", "공소시효도 지났다는데 뭘". 김 의장에겐 미안하지만, 이런 식의 술자리 안주거리였다.

잊힌 줄 알았던 내용이 기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수사할 수 있다"는 비실명 검찰 관계자 말까지 인용된다. 새누리당 의원은 대놓고 수사를 촉구했다.

적어도 2014년 10월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을 결정한 후부터 김 의장과 카카오에는 시련이 닥쳤다.

1년 전, 감청을 둘러싼 정부와 대립은 꽤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감청 거부’를 선언한 카카오는 사정 당국에 ‘괘씸죄’로 밉보일 만하다. 보완 장치를 뒀지만, 감청을 다시 허용했다. 집권여당은 네이버와 함께 카카오에 좌편향 딱지를 붙여 닦달한다. 올 국정감사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공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세 군데 상임위에 불려 나갔다.

무엇보다 최근 카카오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도 카카오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으나 일상적인 조사가 아닌 분위기가 읽힌다.

김 의장은 2007년 NHN 대표를 내려놨다. 얼마간 공식 직함은 NHN 미국법인장이었지만 사실상 자유인이었다. 그때를(지금 보면, 도박 시기가 포함될 듯하다) 김 의장은 2011년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었다. “돈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 정의하고 달려온 것 같았다. 멈춰야겠더라. 털고 가족이 있던 미국으로 떠났다. 애들과 놀아주고 학교 데려다 주면서 1년을 보냈다. 귀국 후에는 미국에 있는 아이를 휴학시키고 한국으로 불러와 PC방에서 밤새 게임하고 노는 아빠로 지냈다.” 그렇게 놀고, 그런 자유에서 나온 게 카카오다.

카카오에 대한 시선은 여러 갈래다. 시쳇말로 “많이 컸네”부터 “드디어 사정권 안에 든거지. 네이버는 ‘맷집’이라도 있는데”까지.

뭐가 됐든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집권 여당의 포털 편향 비판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계속되고, 해묵은 찌라시가 뉴스가 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비이락인지 잘 짜진 계획인지는 알 길 없다.

다음을 합병한 카카오는 시가총액 7조원 규모의 기업이다. 투자하고 인수합병(M&A) 하면서 자회사도 여럿 거느리게 됐다. 여느 기업처럼 절세와 탈세 사이에서 줄타기했을 수 있다. 자회사 간 거래를 부풀렸을 수도 있겠다. 한참 전 다음을 떠난 한 관계자는 과거 세무조사를 떠올리며 “우리는 기억도 못 하는 일이 모두 다 죄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건강하고 거침없는 벤처, 종전과는 좀 다른 산업 생태계와 질서를 원했던가. 정치권의 ‘포털 길들이기’라는 구태의연한 행동은 사라지지 않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기업 책임으로만 돌리는 현실도 제자리다. 그저 털어 나오는 먼지는 기업의 몫이고, 억울함 대신 책임질 일만 강조될 것이 뻔하다.

오래 전 김 의장을 만났을 때 NHN을 그만두며 가장 크게 후회한 일이 뭐냐고 물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더라고요. 뭔가 이룬 후 하자 했는데 회사가 크고 나니 이미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100인의 CEO 양성 설명이 이어졌다.

내가 만나는 카카오는 여전히 스타트업 맏형이다. 기존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는 촉매 역할의 플랫폼이다. 잘못은 사죄하고 대가를 치르면 된다. 카카오의 지난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다. 카카오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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