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기계 선언문이 '정책 승복 서약'?

류준영 기자
2015.10.27 03:20

"도대체 이런 선언문이 왜 필요한가."

지난 23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기술 대토론회'에 참가했던 한 과학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일갈했다.

'세계과학정상회의'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자리. '과학기술 혁신과 미래창조를 위한 우리의 다짐'이란 선언문이 낭독됐고, 국내 과학기술인들이 대거 '동원'됐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연출해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자 했던 모양이다. 현장 분위기는 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 준다'는 분위기가 읽혔다. 하지만 선언문을 읽다가 울화통이 터진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저 키득대기엔 '충성 서약'과 같은 내용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국가 번영의 원동력은 '강력한 리더십'에 있음을 주목하고, 과학·합리적 국정 운영을 펼치도록 적극 협조하고 노력하겠다." 이런 문구에 한 참석자는 "'R&D(연구·개발) 혁신안'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뜨거운 현안에 대한 '무조건 수용'을 강요받은 것 같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처럼 민감한 반응이 터져 나온 까닭은 정부와 연구자 간 불신의 싹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R&D 혁신안'은 시행 전부터 많은 논란이 일었다. 무엇보다 논란의 중심에는 "연구현장을 배제한 채 결정이 이뤄졌다"는 불만이 깔려있다.

과학정상회의 기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반대 시위가 있었다. "연구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나 대우는커녕 있던 복지혜택마저도 줄여 연구원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토로를 세계 과학인을 향해 쏟아냈다.

일본과 중국의 '강력한 리더십'은 우리보다 못할까. 노벨상의 영광이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한 정부의 러더십이 한 몫했음은 부정당하지 않고 칭찬받는다.

우리 연구자들은 남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연구는 피한다. 실패한 연구자는 차기 연구에서 제외되는 탓이다. "역사적 사명의식으로 발 벗고 나서 달라"는 일방적 주문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언문은 고전적이면서 전형적인 방식이다. 과학 현장은 충성 맹세나 다짐을 강요하는 선언문 대신 과학인을 배려하는 정부정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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