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DC산업의 공정거래,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5.12.14 03:20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불공정해도 좋으니 제발 거래를 좀 자주 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교육은 을의 입장에 있는 우리한테만 할 게 아니라 갑의 입장에 있는 사업자들이 참여해야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 콘텐츠 공정거래에 관한 법제교육을 하다보면 종종 듣게 되는 2가지다. 실교육을 받는 수강생 대부분은 콘텐츠 제작에 종사한다. 디지털콘텐츠 거래의 현실과 업계 종사자가 느끼는 절박감을 잘 드러내주는 하소연이다.

게임, 음원, 방송콘텐츠 등 국내 디지털콘텐츠(DC) 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약 28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자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미래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여느 산업 못지않은 불공정 거래들이 심각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제작에서 유통에 이르는 단계별 기업의 규모와 교섭력의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유통업자가 상품모델을 구성하고 자금을 지원해 콘텐츠가 제작되는 등 강한 전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거래가 싹트기 좋은 여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산업은 창의와 기술, 노동 집약적인 산업인반면, 소요비용은 크지 않다. 그만큼 콘텐츠가 가진 무형의 가치를 대가에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종사자가 들인 노력이나 콘텐츠의 가치에 비해 금전적 보상이 충분히 뒤따르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배경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DC 제작과 유통의 거래 당사자가 계약체결시 서로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공정한 내용을 계약에 담으면 된다. 모두 만족하면서도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러나 당사자간 대등성이 깨진 상황에서 양자의 이해관계가 균형있게 반영된 계약 체결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교섭력이 우월한 사업자가 악의적이어서만은 아니다. 자신의 지위를 극대화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열등한 지위의 사업자는 으레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마지못해 수긍하는 일이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이 보기에 위법할 수 있는 계약이 일상화돼 있다.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을의 입장에 있는 사업자는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 갑의 지위에 있는 사업자도 과징금 등 제재를 받고 불공정업체라는 낙인을 감수해야 한다. 모두가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결과다.

이 때문에 불공정성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최선의 방안이라는 인식과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적극 활용해 볼 만한 제도가 표준계약서다. 디지털콘텐츠 분야에는 미래부와 DC상생협력지원센터가 주도해 제정한 표준계약서들이 도급, 하도급, 중개, 위탁매매, 퍼블리싱 등 5가지 분야에 마련돼 보급되고 있다.

업계의 현실과 법적 허용범위를 감안해 최대한 양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노력 끝에 만든 산물이다. 표준계약서의 보급만으로도 법적 분쟁의 상당수가 줄어들 수 있으며,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입장에게는 불공정거래와 연루된 법률문제를 미리 방지해 준법비용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다.

이외에도 DC상생협력지원센터를 통해 업계의 공정거래 관련 피해구제를 위한 상담과 법률자문, 나아가 소송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꽤나 쓸모 있는 제도들도 여럿 마련돼 있다.

필자가 참여하는 센터 산하 법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업계와 학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모여 급변하는 DC환경에 발맞춰 각종 법제도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주기적으로 내고 있다. 업계 분들이 이런 제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정거래 문화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DC산업에서 공정거래 이슈는 수익을 고루 배분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업계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이 됐다. 공정의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은 거래현실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생존 자체를 담보받기 어렵다.

자본과 유통망이 확보돼 있더라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이라는 자양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DC분야의 공정거래에 '상생협력'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정거래는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우리 업계가 공정거래 정착을 위해 마련돼 있는 제도들을 잘 활용하고 상생협력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그 결실을 콘텐츠 소비자가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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