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대기업-중기의 ‘양대지침 시각차’

이근덕 기자
2016.03.08 03:12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22일 양대지침을 발표했다.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이 그것이다. 250쪽 분량의 양대지침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 법률 내용과 판례를 체계적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양대지침은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기업주들에게 해고 면허증과 근로조건 개악 자격증을 쥐어준 것”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양대지침에 ‘저성과자 통상해고 부분’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동조합(노동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별도의 장(chapter)으로 부각되어 있어 그 의도가 의심되기 때문일 것이다.

양대지침이 발표된 지 한달반쯤 지났다. 실제 노사관계 현장에서는 양대지침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을까? 여러 명의 노무사에게 물어보았다. 노사 양측을 만나며 상담하는 노무사들이 가장 분위기 파악을 잘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파장은 단순하지 않았다.

먼저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은 생각보다 시큰둥했다. 공정인사 지침이 발표되자 곧바로 검토에 들어갔으나 저성과자 통상해고 요건이 별 의미가 없거나 비현실적이란 반응이다. 특히 평가요건에 난색을 표했다. 평가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자의성을 배제하라니 어렵고, 대부분 상대평가를 하는데 이는 인정받기 어렵다니 난감하단다. 다면평가를 요구하지만 정서에 맞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지며, 평가절차의 투명성, 복수평가자 요건도 현실성이 없단다. 교육 및 배치전환 요건 역시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하면 결국 퇴출절차를 밟는 것 이상이 아닐 텐데, 핵심인재 육성에 투여해도 모자랄 판에 낭비요소가 크단다. 심지어 “1명 해고하는데 최소한 3년은 걸리겠다”거나 “지침대로 하면 고용노동부가 책임지는 거냐”며 냉소적인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관리체계가 약한 중소기업에선 양대지침으로 마치 ‘쉬운 해고’가 법으로 보장된 것처럼 오해하는 심각한 양상도 나타났다. “해고가 자유로워졌다는데 사실이냐”는 사장님의 질문, 더 노골적으로는 “사장님이 해고가 쉬워졌으니 몇 명 해고하라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실무자의 질문이 많아졌다. 양대지침의 내용은 제대로 모른 채 사장님들끼리 술자리에서 나눈 “해고가 쉬워졌다”는 대화를 실행에 옮기려고 실무자를 독촉하는 모양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관계없이 민감했다. 특히 경영사정이 어렵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 그 불안은 더 심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낮은 평가를 받은 하위 1%가 닥쳐올지 모르는 고용불안을 막고자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다소 불안하던 10%까지 가세하며 노사관계가 흔들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저평가를 수용하지 못해 반발하면서 그동안 묵인한 문제들을 들춰내 사장님을 고소·고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나를 그리 평가해? 회사는 문제없는지 한번 따져볼까?’ 하는 심리다. 고요하던 호수에 돌이 던져진 듯 파장은 불신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양대지침은 노사 모두에 유용하기보다 불신풍조만 증폭한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노사관계를 제어하려다 보니 후유증이 큰 것 아니겠는가? 아무쪼록 사장님들께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를 범하지는 마시라고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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