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노동자들의 이익에 함몰돼서 공공성이나 공적인 결정을 못 내리는 노동조합을 견제하는 것이 숙제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릴리홀에서 열린 '노동(시장) 불평등, 그 원인과 해법'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다양한 이슈 가운데 한국 노동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7~8%에 불과한 대기업 노동조합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 등 전체 노동자들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매몰돼 사회적 책임에 소홀할 경우 스스로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일 토론회에서 노조 입장에서 아픈 얘기만 골라서 적어보면 진보 측 발제자인 전병유 교수는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내부자와 외부자를 구분하는 이중화(Dualization)의 문제로 설명했다. 대기업 노조와 하청노조, 비정규직 등의 아웃소싱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노조 입장에서도 우리 사회가 제기하는 저성장과 양극화 등 핵심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을 때는 노조도 ‘사회발전’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사회 전체 문제에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그 결과로 노조가 자신의 경제적 이해조차 실현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이 세미나가 진행된 날 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4만 8806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해 재적 대비 76.54%인 3만7358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동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로써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저항해 파업을 결의하는데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런 파업도 상황을 가려서 해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현대차 노조가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겠지만 5년 연속 이어지는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 6만 6404명의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이다.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상위 4% 이내에 해당한다.
올해 현대차 노조가 파업 명분으로 건 조건은 금속노조가 정한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외에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8000여 명)의 승진 거부권, 해고자 복직 등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불평등의 문제는 '부의 불균형' 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의 불균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격차는 향후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세기적인 변화에는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노동계가 교본으로 삼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적 관점에서도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올곧이 그들의 노력의 대가인지, 협력사 노동자들의 잉여가치를 대기업 노동자가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문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가 사람들의 일을 대신하게 될 때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도 울타리 안에서 바깥의 일에 무관심하게 자신들의 기본급 인상률만 계산하고 있을 것인가를 학계에서 묻고 있다.
이런 거대 담론에 뛰어들어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정치권이나 경영계 뿐만 아니라 노동자 계급 내에서도 진행돼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앞서 둘러봐야 할 주변에 대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