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회를 만들어 함께 사는 이유는 혼자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공동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모두가 지켜야 할 법이나 도덕 같은 명령적 규범을 만든다. 이 규범의 본질은 개인의 이기적 행동을 억제하고 친사회적 행동을 권장하는 것이다. 사람은 개인적 이득을 극대화하려 하는데 이러한 경향성을 그대로 두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명령적 규범으로 이기적 행동을 억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런 규범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운전해서 빨리 가고 싶어 한다. 또한 어장 보호를 위해 어획량을 제한할 때도 규정을 어기면서 더 많은 고기를 잡고자 한다. 다수의 사람이 이렇게 무임승차를 한다면 그들은 집단이라는 조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모두의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는 무임승차자를 찾아내는 다양한 장치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장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제도적 장치가 발달하는 만큼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전략도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명령적 규범을 지키는 것이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각자 깨달아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유도해야 한다. 곧 도덕이나 윤리 과목 등의 교육으로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 교육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규범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은 보통 그 사회의 다양한 리더들이기 때문에 규범을 지키는 리더가 나머지 사람들도 그와 같은 규범을 지키도록 제대로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리더가 여느 사람들처럼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골몰한다면 결국은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는 형국이 되기 쉽다. 리더가 공동의 목표를 향한 철저한 신념 속에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헌신할 때 개인적 욕구의 유혹으로 흔들리는 나머지 사람들의 마음을 비로소 다잡을 수 있다. 그러지 않고 리더가 사심으로 중심을 잃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서로에 대한 신뢰는 물론 공동의 목표를 위한 희생과 협동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명령적 규범과 상충하는 행동규범이 만들어진다. 이 행동규범은 대부분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술적 규범이다. 이 규범은 효과적이고 적응적인 행동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 기준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많은 리더가 부도덕하고 위법적으로 행동하면 나머지 사람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준법이 아닌 위법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무법천지가 되기 쉽다.
또한 이와 같은 사회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지위를 공익이 아니라 온통 사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리더는 말할 필요도 없고 나머지 사람도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의 권력을 휘두르고 지위를 남용한다. 이러한 사회에는 저급한 개인적 탐욕을 채우는 것 이상의 숭고한 삶의 목표나 가치가 존재하기 어렵다. 지위나 권력은 봉사의 수단이 아니라 핍박과 억압의 도구로 전락한다. 이곳에는 소위 갑질하는 예외적인 소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갑질하는 사회가 있게 된다.
성숙한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따른 명예를 중시하는 것이다. 명예란 세상이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름이나 품위로 자신의 직분을 다할 때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본분을 다하는 것에서 명예를 찾을 때 그런 사회가 성숙한 사회의 본모습이다.